수소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차량용 수소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공장을 돌릴 만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아 공장을 지어놓고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10월 판매된 수소자동차는 3273대에 그쳤다. 공공기관과 법인이 구매한 수소버스 750대를 빼면 일반 승용차는 2505대에 불과하다. 올해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4707대)는 물론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19년(4180대)보다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소버스는 주로 기업과 공공기관 통근용으로 쓰이기에 수소 승용차가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SK이노베이션 E&S는 5월 세계 최대 규모인 연 3만t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지만, 여전히 가동률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이 100% 가동되려면 수소버스 연 5000대 규모가 상시로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보급된 수소버스는 1400여 대에 불과하다. E&S는 SK인천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그레이수소)를 냉각해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글로벌 화학업체 린데와 9월 울산에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했지만, 가동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공장은 원래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수소차 보급이 더뎌 가동을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운영하는 경남 창원의 액화수소플랜트 역시 2월 준공해 모든 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수소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