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 과천 지식산업센터 내 KGC인삼공사 연구소. 이곳에선 홍삼 성분 연구가 한창이었다. 연구원이 홍삼을 투여한 생체시료에서 액상시료를 추출해 오비트랩 질량분석기에 넣고 작동 스위치를 켜자 ‘윙~’ 굉음이 울려 퍼졌다. 주삿바늘이 액상시료를 최종 주입하자 ‘덜컥’ 소리와 함께 분석이 시작됐다. 계기판에 분석 시간과 진행 상황 등이 표시됐다. 오비트랩 기기는 수십억원대 고가 장비로 홍삼 등 다양한 소재의 전임상 생체시료를 분석해 효능 등을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KGC인삼공사 연구개발(R&D)센터는 최근 이 같은 연구 기기를 활용해 홍삼의 혈당 개선 효능과 기전, 안전성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석·박사 130명에 첨단장비 갖춰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9월 대전에 있는 한국인삼연구원을 이전해 과천에 R&D센터를 열었다. 총 9개 층, 3821㎡ 규모로 기존 대비 공간을 1.7배 확장하고 첨단장비를 도입해 R&D 기반 시설을 구축했다. 인·홍삼만 연구하는 단일 연구소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새로운 R&D센터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R&D센터에선 130여 명의 석·박사 인력이 인삼 품종, 재배 기술, 효능, 안전성, 제품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효능, 안전성 확인을 위한 동물 실험실과 실험 쥐를 관리하는 수의사도 갖췄다. 홍삼 관련 특허 310여 건을 등록하고 2000년 이후 연구논문 약 340편을 발표하는 등 단일 연구기관으로는 최고의 인·홍삼 연구실적 기록을 보유했다. 김경주 R&D본부 기술협력 팀장은 “인삼 품종부터 효능, 제품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전 분야를 연구하는 천연물 연구의 교과서와 같은 곳”이라며 “인·홍삼 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천연물을 연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서 혁신 주도KGC인삼공사는 홍삼의 약효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2008년 혈행 개선, 2009년 기억력 개선, 2012년 항산화 작용 등의 기능성을 식약처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승호 KGC인삼공사 R&D센터 소장은 “최근 단백질 생성물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포메틱스 인력을 추가로 영입했다”며 “지금도 13개 연구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라고 했다.
R&D 경쟁력을 기반으로 KGC인삼공사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은 정관장 ‘GLpro 코어’와 ‘GLpro 더블컷’이다. 지난 10월 출시한 이 제품들은 비만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위고비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관심이 집중된 GLP-1(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호르몬) 효과가 입증된 제품이다. 최근 화제를 불러 모으며 출시 25일 만에 1만7540세트가 팔렸다. 베스트셀러인 홍삼정 에브리타임의 출시 초기 판매량보다 아홉 배 많다.
KGC인삼공사는 R&D센터를 통해 치열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장은 “중국, 미국에 있는 R&D센터는 물론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과 협업해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연구소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