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 경기심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7.3으로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33개월 연속 기준치 하회는 1975년 1월 BSI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장기 기록이다. BSI가 기준치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 98.4, 자금 사정 97.5, 수출 97.3, 채산성 95.9, 고용 94.3, 투자 89.9, 재고 104.6(재고 과잉)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내수, 수출, 투자는 지난 7월 이후 6개월 연속 부진했다. 투자는 2023년 4월(88.6) 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내수 침체 장기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5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희비가 교차했다. 제조업 BSI는 89.9를 기록해 올해 7월(88.5) 후 5개월 만에 90선을 밑돌았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 역시 94.1로 기준선을 하회했다. 가전 등 소비재 수요 부진과 중국의 D램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 등이 겹치며 경기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및 기타 운송장비가 105.7로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다.
비제조업 BSI는 전월 대비 12.6포인트 상승한 105.1로 집계됐다. 7월 이후 5개월 만에 낙관으로 전환했다. 연말 특수와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한 업계 기대가 전망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가스·수도(126.3), 여가·숙박 및 외식(123.1), 전문직과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 서비스(116.7), 운수 및 창고(108.7)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한경협은 계절적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전기·가스·수도업과 연말휴가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외식업 및 운수업을 중심으로 비제조업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경영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