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인도 증권사 쉐어칸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새 법인명은 ‘미래에셋쉐어칸’이다. 미래에셋쉐어칸은 최근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함에 따라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의 금융사업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대형 증권사 품었다
26일 현지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5800억원에 쉐어칸을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BNP파리바와 쉐어칸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이후 인도 중앙은행(RBI)과 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쉐어칸은 2000년 설립된 인도 9~10위 증권사로 임직원은 약 3500명이다. 인도 400개 지역에 지점 130여 개를 보유했다. 고객은 310만 명이다. 인도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인도 의존도가 높아지고, 인도 정부는 친기업 정책과 세제 혜택을 내세워 ‘탈(脫) 중국’에 나선 기업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인도 증시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국민도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인도 중앙예탁기관(CDSL)에 따르면 인도 개인 증권매매 계좌가 지난해 처음으로 1억 개를 돌파하는 등 4년 만에 5배 넘게 급증했다. 인도 대표 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지난 3년간 42% 상승했다. WM·IB 사업에도 진출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한 뒤 6년 만에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현지 영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기반을 확보했다. 2006년 현지에 설립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31조9000억원을 굴리는 인도 9위 운용사로 성장했다.
미래에셋쉐어칸은 운용사와 시너지를 창출해 인도 5위권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인도에 약 900만 계좌의 고객을 보유할 만큼 업계 내 신흥 강자로 부상했지만 지점이 없어 일반 고객을 만나기 어려웠다”며 “쉐어칸 인수로 단숨에 강력한 조직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식, 파생상품 거래를 넘어 WM, IB 사업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쉐어칸 인수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21년 3주 동안 인도 경제계 곳곳을 돌아보며 투자에 확신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2018년 그룹의 글로벌전략가(GSO)를 맡은 이후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 2022 영국 ETF 시장 조성 전문회사 GHCO 등의 인수를 주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기 위해 많은 글로벌 IB가 뛰어들었지만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이번 선제적 투자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