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무덤' 된 코스닥 어쩌나…전문가가 본 내년 전망은? [2025 재테크]

입력 2024-12-20 06:30
수정 2024-12-20 08:13

"내년도 코스닥 시장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낮은 관세를 물린다면 단기 반등을 기대할 순 있습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사진)은 1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 시점에서 코스닥의 실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모두 낮아져 투자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12월 18일 기준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떨어져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하다."코스닥 투자자, 가상화폐·해외 주식으로 떠나고 있어"고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을 사랑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떠나가고 있다.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여윳돈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가상화폐, 해외주식의 투자 접근성, 편의성이 높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상승하는 추세가 보여야 투자금이 몰리는데 코스닥에선 이런 흐름이 보이지 않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투자자를 돌아오게 하려면 기업의 실적 회복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의 실적은 부진하다. 코스닥 상장사 1153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조8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2% 줄었다. 순이익도 4조3075억원으로 29.29% 급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해 단기간에 실적이 회복되긴 어렵다고 고 본부장은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올리며 담을 쌓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선 제조업을 포기할 수 없어 공장을 계속 돌릴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에서 팔아야 할 물건이 전 세계 시장에 풀리며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낮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에 지급했던 보조금이 줄거나 없어지면 살을 깎아가며 가격을 낮춰야 하므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현재 (1400원대로 오른) 원·달러 환율은 수출주 입장에선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밀리게 되면 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밸류에이션은 하락했지만, 저가 매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 본부장은 "주가는 실적(EPS·주당순이익)과 밸류에이션의 함수인데, 코스닥 상장사는 두 가지 핵심 변수가 모두 하락하고 있다"며 "현재 실적이 부진해도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아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은 업체로 테슬라를 꼽았다. 실적 예상치는 변함없지만 신기술,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사 평균의 5배 수준이다.

그는 "현재 테슬라 실적 예상치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2년 내 테슬라가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 시가총액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2차전지·로봇은 현재 실적보다 밸류에이션이 훨씬 중요한 업종"이라며 "(테슬라와 달리) 이들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여 투자 매력을 잃었고,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하지 않으면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제품 관세 낮게 책정하면 반등할 수 있어"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점도 투자매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따라서 1월 20일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카운터파트는 당분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고 본부장은 "미국과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의 '감독'이 아닌 '선수'로서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뒤처지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도자 공백이 해소될 내년 상반기까진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락 국면에서도 단기 반등의 기회는 있다고 봤다. 핵심은 관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고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다른 나라보다 낮게 책정하면 국내 증시는 급반등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고 본부장은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을 위해선 연구·개발(R&D),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건 신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라며 "중국도 국가가 앞장서서 테크 업체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미 기술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데, 각종 규제가 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가 시장을 이끌면 코스닥 소재·부품·장비 업체도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1999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4년 크레덴스에셋 주식운용을 거쳐 200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그룹장, 2011년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부터 리서치본부장을 맡아 리서치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그랜드챌린지 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0~20년 후 미래 산업 판도를 바꿀 도전적·혁신적인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해 미래 신산업과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