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로 실태와 해외 근로기준법 적용 사례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경제계와 노동계가 연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소규모 사업장의 업종·지역별 근로실태 분석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법적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노무관리역량,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법 준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실태 및 양상을 살펴보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고용부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업종·지역·규모별 근로조건을 비교·분석하고 업종별 간담회 등을 통해 노동 현장 실태를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노동법 체계와 사업장 규모별 노동관계법 적용 현황도 알아볼 계획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사업주 포함)는 765만5862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30.3%에 달한다.
경제계와 노동계는 이번 연구용역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위한 법개정의 사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답보 상태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정부 아젠다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한 것도 정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주 52시간 근로 제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등 노동법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영세 근로자들이 노동법 사각 지대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계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확대 정책을 내년 주요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구용역도 내년 2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해 논의하는 등 여당도 중도층 확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방안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