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2만원도 못 갚는다더니…" 소액대출 '충격 실상'

입력 2024-11-25 17:43
수정 2024-11-25 17:44
소액 대출자가 많은 인터넷은행에서 무더기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급전 대출 이후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불황형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이후 신용대출 상환이 연체돼 기한이익상실 대상에 오른 연체자가 6762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처음으로 공개된 연체 고객 명단을 통해서다. 신용대출은 한 달 넘게 연체될 경우 기한이익이 상실된다. 대출 시 은행으로부터 약속받은 대출 기간(기한이익)을 보장받지 못한 채 대출금을 회수당하는 대상에 오른다는 얘기다.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르면 기한이익상실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했지만 2회 이상 반송되는 등 도달하지 않은 채무자에 대해선 홈페이지 공시로 갈음할 수 있다. 토스뱅크 측은 지난달 시행된 채무자보호법 시행에 앞서 지난 9월 말부터 대상자를 공개했다.

토스뱅크는 최근 두 달 새 하루 평균 약 270명의 연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대출금은 817만5960원, 연체액은 12만7696원이었다. 남은 대출 잔액은 평균 706만5672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6762명의 연체자 중 100만원 이하 대출을 받은 고객은 344명, 300만원 이하 고객은 총 18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원 이상 대출자(1622명)보다 많았다. 대출을 갚지 못한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빌린 사람은 총 5000만원(1명)을 빌려 대출 잔액이 2115만원이었다.

특히 소액 대출조차 이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체액이 10만원 이하인 고객은 전체 연체자의 53%에 달했다. 연체 금액이 1만원 이하인 고객도 307명이나 됐다. A씨는 연초 토스뱅크를 통해 100만원을 빌렸지만 10개월간 9만5000원만 상환한 채 연체자가 됐다. B씨는 100만원을 빌려 2년째 갚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3사의 8월 말 기준 신용대출 연체액은 3944억원에 달했다. 3년 전인 2021년 말(675억원) 대비 약 484% 증가한 규모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