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일부 계좌 이용자에게 약 2년간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무료화한다. 사실상 주식 투자에 들어가는 모든 수수료를 받지 않는 첫 사례다. 메리츠증권이 개인 투자자(리테일) 공략 본격화를 위해 강수를 던졌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25일 메리츠증권은 지난 18일부터 2026년 말까지 2년간 수퍼365 계좌 이용자에게 국내·미국 주식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국내 주식은 0.009%, 미국 주식은 0.07%의 거래 수수료를 적용했다. 기존 달러 환전 수수료 우대율은 95%였다. 미국 주식을 매도할 때 내야 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 0.0008%,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수수료 0.0036396% 등도 앞으로 메리츠증권이 부담한다.
기존 메리츠증권 이용자가 수퍼365 계좌로 거래할 경우 자동으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적용한다. 신규 이용자는 메리츠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수퍼365 계좌를 개설하면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증권사가 생겨나고 있지만 거래소 수수료, 환율 수수료까지 무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리츠증권이 ‘전면 무료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리테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잡기 위한 조치다. 국내 증권사들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이 늘면서 수수료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해외주식 거래 중개 증권사 24곳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입은 총 918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수수료 수입(6946억원)보다도 32.2% 많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덩치에 비해 리테일 비중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서학개미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1~3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로 19억5100만원을 거뒀다. 1위인 미래에셋증권 해외 주식 수수료 수입(1802억원)의 9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전면 무료화를 택하고 기간도 2년으로 늘린 이상 그동안 ‘6개월 일부 무료화’ 등의 당근을 제공했던 다른 국내 증권사도 마케팅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