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여왕 렉시…마지막 '풀타임 샷'

입력 2024-11-25 18:02
수정 2024-11-26 00:57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 9번홀(파4). 렉시 톰프슨(29·미국)은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티잉구역을 나섰다. 풀타임 투어 선수로서 친 마지막 티샷이었다. 9번홀(파4)을 파로 마무리한 그는 그린에서 어머니와 친구, 팬의 축하를 받으며 마지막 풀시즌을 마무리했다.

183㎝의 큰 키에 화려한 장타로 사랑받은 톰프슨이 인생 2막 설계에 나선다. 그는 이날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11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잃고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49위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5월 “이번 시즌까지만 1년 내내 투어 활동에 전념하는 ‘풀타임 선수’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톰프슨은 미국이 사랑한 ‘천재 소녀’였다. 12세 때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16세인 2011년 나비스타클래식에서 당시 LPGA투어 최연소 기록으로 우승했다. 2019년까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총 11승을 올렸고, 80번이나 톱10에 들었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박성현, 청야니(대만)를 꺾고 우승했다. 2017년 ANA인스피레이션에서는 연장 끝에 유소연에게 패배했고, 2022년에는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전인지에게 1타차 역전패를 당했다.

프로선수로 그 누구보다 화려한 나날을 보냈지만 심리적 압박감은 그를 짓눌렀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톰프슨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참아왔다”며 “코스에서 늘 강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도중 목이 메어 말을 중단하기도 했다.

톰프슨은 이제 골프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생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골프 등에 힘을 기울이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인연이 있는 메이저대회에 간간이 출전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남녀 혼성골프대회 그랜드 손턴 인비테이셔널에 리키 파울러(미국)와 짝을 이뤄 출전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