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승을 합작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13년 만에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한 데 이어 개인 타이틀은 단 한 개도 거두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LPGA투어에서 하락세를 이어온 한국 여자골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양희영·유해란·김아림 3승 합작LPGA투어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막 내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1100만달러)을 끝으로 올 시즌 33개 대회의 대장정을 마쳤다. 우승 상금만 400만달러(약 56억원)가 걸린 이 대회에서 우승은 태국의 지노 티띠꾼(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이 차지했다. 이날 경기 내내 에인절 인(미국)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 티띠꾼은 17번홀 이글로 인과 동타로 올라섰고, 마지막 홀 버디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우승으로 티띠꾼은 우승 상금 400만달러를 받았고, 시즌 내내 대회마다 설정된 특정 홀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에이온 리스크 리워드 챌린지 부문 1위 보너스 100만달러까지 받았다. 이날 하루에만 500만달러, 한국 돈으로 70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한국 선수로는 안나린(28)이 7타 차 공동 5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양희영(36)과 최혜진(25)이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올 시즌 시작부터 약세를 보였다. 개막전을 포함해 15개 대회 연속 우승을 내지 못하며 2000년 이후 ‘최장 무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양희영이 메이저대회인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체면을 세웠고, 유해란과 김아림이 각각 9월 FM챔피언십과 11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이는 2011년 유소연, 최나연, 박희영이 1승씩 따내 3승을 거둔 이후 13년 만에 나온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시즌 최소 승수다. 박세리가 1998년 LPGA투어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들의 시즌 최소 우승 기록은 2000년 2승이다.
LPGA투어에서 한국의 약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강자들의 미국 진출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여기에 ‘전통의 강자’였던 고진영, 김효주 등이 주춤하면서 한국의 우승 사냥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의 빈자리는 태국, 일본, 중국이 빠르게 차지했다. 안나린·윤이나 반전 만들까한국 선수들은 개인 타이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의 선수’는 개막전부터 7개 대회 우승을 휩쓴 넬리 코르다(미국)가, 상금왕은 티띠꾼이 차지했다. 유해란과 임진희가 각각 시즌 마지막까지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과 신인왕 경쟁 레이스를 펼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2위로 마무리했다. 베어트로피는 0.01타 차이로 후루에 아야카(일본)가, 신인왕은 사이고 마오(일본)가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개인상 4개 부문에서 ‘무관’에 그친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내년 시즌을 위한 희망도 남겼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상승세를 만들어낸 안나린이 자신의 올 시즌 베스트인 공동 5위를 기록하며 한국 선수로는 유해란, 양희영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시즌 누적 상금 100만달러를 넘겼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을 휩쓴 윤이나(21)가 미국 진출을 노리는 점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윤이나는 다음달 열리는 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본선에 진출해 내년 시드 확보에 도전한다. 황유민(21), 방신실(20)은 내년까지 한국 활동에 집중하며 미국 진출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