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의 대표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랜드 출시 25주년인 내년엔 매장이 있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 중동, 인도, 유럽 등지로 진출해 ‘글로벌 1조원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25일 LF에 따르면 헤지스는 국내 270여 개, 해외 560여 개 등 총 8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헤지스의 해외 매장은 중국이 530여 개로 가장 많고 대만(20여 개), 베트남(10개) 등이 뒤를 잇는다.
헤지스는 2000년 출범한 토종 K패션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토종 브랜드 중 유일하게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스가 국내 패션 불황에도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덕분이다. 현재 헤지스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에 달한다.
헤지스는 2007년 중국 3대 신사복 업체를 운영하는 빠오시냐오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철저한 현지화와 프리미엄 전략을 토대로 매장이 530여 개까지 늘어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중국 헤지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늘었다.
헤지스는 중국에서 중저가 전략을 택한 다른 K패션 브랜드와 달리 제품 가격과 품질을 한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고소득층이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지역 대표 명품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위주로 입점해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K패션 브랜드 중 처음으로 2013년 진출한 대만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지 패션기업 먼신가먼트그룹을 통해 20여 개 헤지스 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만에서 매출 증가율은 매년 두 자릿수에 달한다. 2017년에는 베트남에 진출해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지역에서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헤지스는 내년 중동과 인도, 유럽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성, 여성, 영 라인, 골프 등 카테고리별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영 라인인 ‘히스’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키스, 에임레온도르 등 해외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한 벤저민 브라운을 히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헤지스의 선전은 LF그룹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LF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3968억원, 영업이익 10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 늘고, 영업이익은 740% 급증했다. 코람코자산신탁 등 금융 부문이 흑자로 전환한 효과가 컸지만 헤지스를 포함한 패션 부문도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가 84.7% 증가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