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은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이찬원, 김희재, 박지현, 손태진, 에녹 등 인기 트로트 가수가 참여하는 대형 콘서트를 연다. 국내 TV 홈쇼핑 채널이 단독으로 대형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행사 준비에만 10억원 가까운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2030세대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했으나, 그보다는 4060 중장년층 위주의 행사가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통사가 MZ세대에 집중한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미래 고객으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투자’ 차원에서 유치에 공을 들였는데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Z세대를 겨냥했던 회사의 자원을 충성고객인 4060 중장년층 및 VIP를 위한 마케팅에 쏟아붓는 게 오히려 회사 실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이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올 들어 마케팅 관련 예산을 재점검해 돈만 많이 쓰고 효과가 적은 행사를 정리했다. 예컨대 MZ세대 전용 멤버십 ‘와이클럽’의 경우 가입비 5만원을 내면 곧바로 7만원을 적립해줬는데, 이 혜택만 누린 뒤 더는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멤버십 회원이 되면 지속적으로 롯데홈쇼핑 고객이 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회사로선 비용만 쓰고 새로운 MZ세대 유치에는 실패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와이클럽을 지난 5월 폐지했다.
반면 4060을 위한 마케팅 효과는 크게 나타났다. 이번 트로트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티켓 6000장을 경품으로 내걸고 지난달 3~13일 ‘광클절’ 행사를 했더니 폭발적으로 모바일 앱 방문객이 늘었다. 행사 직전 2주간 하루평균 약 75만 명에서 행사 기간 105만 명으로 40%나 급증했다. 주문 건수도 기존 85만 건에서 160만 건으로 90% 폭증했다. 티켓 추첨 응모 건수는 40만 건에 달했다. 모바일로만 응모를 받았음에도 4060의 응모 비중이 90%를 넘었다.
서울 압구정동의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층인 4060 고객을 겨냥한 매장 개편에 나섰다. 이 백화점은 최근 서관을 해외 명품 위주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다. 기존에 동관(이스트관)에 몰려 있던 해외 명품을 서관까지 확장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르메스 매장을 서관으로 옮기기로 했다. 초고가 주얼리 브랜드 ‘쇼메’도 함께 이동한다. 대신 MZ세대에 인기 있는 MSGM, 겐조 등 컨템퍼러리(준명품) 브랜드는 대거 내보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 때 구매액 기준 최상위 0.1% VIP(PSR블랙)를 상대로 전용 유람선을 띄웠다. 선상에서 불꽃축제를 관람하는 고객에겐 샴페인과 간단한 음식도 제공했다. PSR블랙은 4060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의 쇼핑 앱에 4050을 타깃으로 VIP 전용 플랫폼 ‘더 쇼케이스’를 지난 19일 열었다. VIP 멤버십 회원만 구매할 수 있는 더 쇼케이스에선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프리미엄 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