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휴가' 연구원에 계약연장 거부 통보…법원 "부당해고"

입력 2024-11-25 11:07
수정 2024-11-25 11:12

부산대병원이 출산 휴가를 떠난 기간제 연구원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장기간 지속되는 연구사업 특성상 계약 기간이 단기간인 기간제 연구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부산대병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피고 보조참가인인 A씨는 2019년 1월부터 부산대병원과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인력으로 근무했다. 이후 근로계약이 세 차례에 걸쳐 갱신됐고, 2021년 1월 1일부터는 부산대병원의 새 연구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근로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이 근로계약은 2021년 12월 31일까지였으나,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한 차례 갱신됐다.

A씨는 2022년 2월 임신했고, 같은 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차 및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부산대병원은 12월 6일 A씨에게 같은 달 31일 근로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관계가 계약기간 만료로 정당하게 종료됐다고 보고 기각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작년 6월 지노위 판정을 취소하고 A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계약직임용규정에서 '계약기간은 2년 미만으로 하되 필요시 재계약할 수 있다'며 계약 갱신에 관한 가능성을 분명하게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연구계약직 운영지침에는 '사업 특성상 연구과제 및 근로조건 등이 변동될 수 있음에 따라 매년 계약서를 작성해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간 진행되는 연구사업의 변화에 따라 연구원의 근로계약이 연 단위로 갱신되며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전의 임용계약이 여러 차례 갱신됐다는 사정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의 유무에 관해도 충분히 참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수행할 연구과제의 내용과 성격이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2022년 말경에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계약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며 "원고의 주장과 단기간으로 정해진 근로계약 기간만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연구원의 경력 단절을 초래함으로써 기간제법의 예외를 둔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