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과 기관, 재단들이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웃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부금 전달 등 틀에 박힌 보여주기식 사회 공헌에서 벗어나 고령층 목욕탕 건립과 임직원 걸음 기부 등 특색 있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기업과 기관들은 사업적 측면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적극 추진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투자와 재활용 원료 활용 화학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기관 특성에 맞는 인재 육성 지원과 지역 사회적기업 대상 컨설팅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기업들로부터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기부받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이 한층 진화됐다. ○목욕탕부터 발걸음 기부까지
종합광고대행사 이노션은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활용해 고령층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목욕탕(안전목욕탕)’을 선보였다. 이노션은 1997년 문을 연 경기 안성시 ‘일죽목욕탕’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공간으로 선보였다. 히트 쇼코, 화상, 익사, 낙상 사고 등 고령층이 겪기 쉬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령층의 목욕탕 내 사망사고 원인 1위인 히트 쇼크를 예방하기 위해 탈의실에서부터 천천히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안전 목욕탕 입구에선 바이털 트래커를 통해 심박수, 저혈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는 “앞으로도 이노션만이 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DL그룹은 친환경 신사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DL이앤씨는 2022년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지난해 1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아마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DL케미칼은 2022년 재활용 제품들의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국제재생표준인증(GRS)을 획득했다. GRS은 완제품의 재활용 원료 함량과 사회·환경·화학적 기준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친환경 인증이다. DL케미칼은 최대 80%까지 재활용 원료를 적용한 제품으로 GRS 로고를 획득했다.
신한라이프는 국가유공자 지원과 장학 사업, 돌봄문제 해결 지원 등을 이어가며 ESG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빛나는 한걸음 캠페인’을 통한 임직원 걸음 기부로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 3000만원 상당의 신발을 후원했다. 4주 간 진행된 빛나는 한걸음 캠페인은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당초 목표인 5000만 보를 2주만에 초과 달성하며 서울지방보훈청에 어르신들의 위한 후원금이 전달됐다. 후원금은 서울지방보훈청을 통해 선정된 고령의 국가유공자 250분을 위한 신발을 구입하는데 쓰인다.
신한라이프는 ‘신한라이프장학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와 예술 분야의 교육 경험이 없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에게 재능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재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2425명에게 약 78억원을 후원했다. ○지역사회·소외계층과 나눔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희망더(+)해(海)’ 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과 기부를 확대하고 있다. 해진공은 생애주기 맞춤형 해양 인재 육성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아동·청소년들을 해양산업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해양 인재가 지역에 머무르면서 전문 역량을 펼쳐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한다는 목표다. 해양산업과 관련 직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양문화 인프라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를 시작한 해양산업 미디어아트 ‘시대를 항해하다’가 대표적이다. 지역 유소년들에게 해양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해양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부산 사상구 지역복지시설 내 해양 관련 독서·문화 공간을 마련하는 ‘KOBC 해양 도서 ZON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이달 생활화학제품 안전약속 이행협의체,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와 손잡고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사회 공헌 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 69개를 포함해 시민사회와 정부기관 등 총 7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행협의체는 세탁세제, 세정제, 탈취제 등 생활화학제품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한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LG생활건강, 이마트, 불스원 등 22개 기업이 총 6000여 개 제품을 기부한다.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들의 의지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