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를 첨병으로 삼은 중국 자동차의 진격은 폭스바겐그룹 등 ‘엔진의 시대’를 풍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강자들마저 위협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모국인 독일의 10개 공장 중 3곳을 폐쇄하기로 하는 등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의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던 폭스바겐은 이제 전기차에 관한 한 중국으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핵심은 배터리 기술이다. 휴대폰 배터리 납품업체로 업력을 쌓은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사진)라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창안했다.
지난 21일 중국 충칭시에 있는 BYD 배터리 공장. 지름 5㎜ 두께의 송곳이 리튬·인산철(LFP)로 만든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뚫었다. 그러자 가로 960㎜, 세로 90㎜, 폭 13.5㎜로 칼날처럼 긴 블레이드 배터리 내부에 합선이 생겼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반면 삼원계(NCM)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똑같은 실험에서는 송곳이 배터리에 박히자 화재가 발생했다.
내년 1월 한국 진출을 선언한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가 꺼내든 핵심 키워드는 ‘안전’이다.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커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다.
충칭 배터리 공장은 BYD의 첫 번째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 기지다. 2020년 1월 완공됐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연간 35GWh 규모다. 100% 자동화를 이뤘다. 핵심 공정은 얇은 동박에 흑연을, 알루미늄박에 인산철을 머리카락 두께로 얇게 도포해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만든 39개 음극과 38개 양극, 78개 분리막을 샌드위치처럼 겹친 뒤 0.3㎜ 두께의 알루미늄 케이스로 감쌌다. 3초에 1개씩 블레이드 배터리가 제작됐다.
BYD는 기다란 철판과 같은 블레이드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을 차체 설계에 활용했다. BYD가 한국에 들여올 전기 세단 실은 차체 밑바닥을 블레이드 배터리로 꽉 채운 ‘셀투보디(CTB)’로 제작한 차량이다. 배터리팩을 제작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블레이드 배터리 200여 개를 차량 밑바닥에 겹쳐 깔았다.
배터리팩이 사라지면서 차체의 무게중심이 1.5㎝가량 낮아졌다. 블레이드 배터리가 레이싱카의 스트럿바(보강재) 같은 역할을 하며 차량의 구조적 강성을 크게 높였다. 비틀림 강성은 4만500뉴턴(N)으로, 메르세데스벤츠 프리미엄 세단 S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BYD는 설명했다.
충칭=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