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6개월. BYD가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포함) 누적 생산량 100만 대(2021년 5월)에서 1000만 대(2024년 11월)를 기록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빠른 추격자’로 불린 현대자동차도 이를 달성하는 데 10년(1986~1996년)이 걸렸다. BYD의 성장세가 기존 자동차산업의 문법으론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방문한 BYD 본사와 공장, 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에 대한 집착’과 ‘엔지니어 우대 문화’다. BYD가 가격과 성능을 모두 잡은 1000만원대 전기차를 선보이고, 한 번 기름을 채우면 배터리 힘까지 보태 최대 2100㎞를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배경이다. BYD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연구에 본격 나서 미래차 시장도 휩쓸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기술이 왕이다”, BYD의 신조지난 19일 찾은 중국 선전 선산 공장 곳곳에는 붉은 글씨로 ‘기술은 왕이고 혁신은 기본이다’란 표어가 걸려 있었다. 이곳은 BYD가 250억위안(약 4조8397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2월 완공한 제조 시설이다. 선산 공장에선 BYD의 플래그십 전기세단 ‘한(漢)’ 등 10개 모델을 연간 30만 대 혼류 생산한다. BYD가 전 세계에 보유한 77개 공장 중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금형 라인에서는 최대 2500t의 프레스가 고강도 철판에 도장을 찍어내듯 문짝 등 차체 부품을 100% 자동으로 만들었다. 이어진 용접 라인에선 정밀 전자제품 제조에 주로 활용하는 레이저 용접을 볼 수 있었다. 아르곤 용접과 달리 열이 퍼지는 범위가 좁고 강해 보다 정밀한 용접이 가능한 최신 기술이다. 차체 한 개를 제조하기 위해선 669개의 크고 작은 부품을 용접해야 한다. 정밀한 레이저 용접 덕분에 용접 오차는 최대 0.15㎜에 불과했다.
도장 공정을 거쳐 완성된 차체에는 근로자 여섯 명이 동시에 달라붙었다. 각종 케이블과 호스류를 결합하는 의장 공정이다. 무인운반차량(AGV) 100여 대는 각 공정에 맞춰 크고 작은 부품을 자동으로 실어 날랐다.
공장에서 나와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면 줄지어 선 10층 안팎의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는 직원 약 5만4000명이 먹고 자는 기숙사다. 월급 1만2000위안(약 232만원)을 받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세다. 한국 현대차·기아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BYD가 가성비 좋은 전기차를 쏟아낼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BYD 관계자는 “직원들이 젊다보니 새로운 차종이 나와도 달라진 조립법을 곧바로 배운다”며 “능력을 검증받으면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는 문화도 업무 효율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매출 테슬라 추월시장의 수요에 맞는 빠른 신차 개발과 유연한 생산 방식 덕분에 BYD는 올해 3분기 매출 2011억위안(약 38조9329억원)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 252억달러(약 35조4186억원)를 넘겼다. BYD가 테슬라를 전기차 판매량에 이어 분기 매출에서까지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YD는 18일 이곳에서 창립 30주년 및 1000만 번째 전기차 출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회사 내에서 ‘기술에 미친 사람’으로 불리는 왕촨푸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에 1000억위안(약 19조36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이공계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BYD는 엔지니어에겐 천국 같은 직장이다. 전체 직원 90만 명 중 10만2800명이 R&D 인력이다. 왕 회장은 이날 “공장과 특허, 주식 등 모든 재산이 사라져도 엔지니어가 있는 한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BYD의 모든 임원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선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