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 이게 웬 날벼락"…개미들 '눈물' [종목+]

입력 2024-11-25 06:30
수정 2024-11-25 10:53
SK바이오팜 주가가 11월 들어 곤두박질쳤다. 3분기 호실적에 대한 증권가의 호평이 쏟아지며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 조정된 와중에서도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바이오 업종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한 과실이 커지고 있다며 여전히 ‘매수’를 외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2일 전 거래일보다 2200원(2.25%) 내린 9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19.08% 하락했다. 단기 고점인 지난 4일(12만25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이 22.12%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랠리를 펼친 제약·바이오 종목들에 대한 차익실현을 부추겼다. KRX헬스케어지수의 22일 종가는 3528.51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3978.65) 이후 11.31% 하락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트럼프 리스크는 현실화 조짐을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지명했다. 케네디 지명자는 유명한 ‘백신 음모론자’로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식품의약국(FDA) 폐지론을 시사해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의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에, ‘트럼프 리스크’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SK바이오팜 주주들 입장에선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주가 하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신약을 승인받고 판매망까지 구축한 성과가 확인된 만큼 이에 따른 추가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높아진 건 목표주가 추이에서 드러난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4만1667원으로, 지난달 말(12만6250원) 대비 9.62% 높아졌다. 지난달 8일 발표된 3분기 실적에 대한 리뷰(분석) 보고서를 낸 9개 증권사 중 6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iM증권, 현대차증권, 흥국증권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새롭게 추정치와 함께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3분기 실적 자체는 예상 수준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악재가 발생한 가운데서도 기대한 만큼의 이익을 남겼다는 점이 증권사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눈길을 끌었다.

SK바이오팜은 3분기 매출 1366억원, 영업이익 19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1%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의 9월 처방건수 약 3만1000건으로, 경쟁 신약의 출시 53개월차 평균의 약 2.2배 수준”이라며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등으로 9월 매출 일부가 10월로 이월됐음에도 탄탄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에서 미 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기까지 모든 신약 개발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신약 승인에 이어 판매도 현지법인을 세워 직접 하고 있다. 직판 체제 구축 초기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깔아 놓은 영업망은 추가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로 올해 1분기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며 “이후 개발 계획은 미국의 직판망과 네트워크를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신규 제품의 추가”라고 전했다.

추가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 분야로의 진출 시도가 특히 주목된다. 방사성의약품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큰 허들인 동위원소 확보를 해결해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8월 미국의 소형모듈원전(SMR)업체인 테라파워의 자회사 테라파워아이소토프스(TPI)로부터 핵심 동위원소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그룹 지주사인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동위원소의 아시아 4개국 독점 공급 협상권을 확보한 바 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투자한 SMR 업체로 유명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