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울산 동성케미컬 ‘바이오플라스틱 콤플렉스(BPC)’에선 연구진이 믹서기처럼 생긴 기계 앞에 모여 바이오플라스틱(PLA) 원료의 배합 비율을 맞추는 데 한창이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PLA가 스티로폼(비드폼)과 똑같은 성질을 갖도록 하는 ‘황금비’를 찾기 위해서다. 이 기계에서 뽑은 액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열과 압력을 가하면 스티로폼 박스가 나온다.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퇴비로 바뀌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성케미컬은 지난 4월 150억원을 투자한 BPC를 준공했다. 2022년부터 50억원을 들여 컴파운딩 기술을 개발했다. 컴파운딩은 두 가지 이상 플라스틱 수지를 섞어 기능을 향상하는 작업이다. 동성케미컬은 이 기술을 통해 스티로폼, 에어캡, 아이스팩 등을 PLA로 생산하고 있다.
동성케미컬은 공장 준공 6개월 만에 거래처 30여 개를 확보했다. 플라스틱 규제에 선제 대응하려는 기업들이 PLA 기반 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주로 제품 단가가 비싼 제약사와 고급 화장품업체 등이 구매에 적극적이다. 김근모 동성케미컬 상무는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수지보다 바이오 원료가 아직 두 배 비싸지만 이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다”며 “가격이 더 떨어져 PLA가 범용 제품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성케미컬은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PLA를 새 먹거리로 삼았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국제 협약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협약 초안이 마련됐다. 170여 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은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부산에서 ‘플라스틱 협약’에 관한 최종 회의를 연다.
울산=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