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온다고 좋아했는데…백화점 세일에도 '처참한 상황'

입력 2024-11-24 17:33
수정 2024-11-25 00:59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여성 패션관은 썰렁했다. 올해 마지막 백화점 정기세일이 한창인 금요일 저녁인데도 옷 사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한 여성 브랜드 매니저는 “오늘 하루 패딩 점퍼를 한 벌밖에 못 팔았다”고 푸념했다. 6층 남성 패션관도 상황이 비슷했다. 외국인 관광객 몇 명이 캐리어를 끌고 둘러볼 뿐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 다른 매니저는 “정장과 코트를 연계 판매해야 매출이 오르는데, 코트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은 영향인 것 같다”고 했다.

“1주일은 추워야 겨울옷 구매”겨울옷이 안 팔리고 있다. 소비 침체와 고물가, 여기에 온난한 기온 등으로 소비자들이 겨울옷 구매를 꺼리거나 미룬 영향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올겨울 정기세일 기간 패션 매출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5~10%가량 감소했다. 이들 백화점은 이달 중순부터 일제히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겨울 한파를 앞두고 재킷, 패딩 등 아우터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라 겨울옷이 타깃이다. 겨울옷은 판매 단가가 높아 백화점들이 통상 11월 중하순에 사활을 걸고 판매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세일에 더해 상품권 행사까지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세일 기간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구매 시 구매액의 10%를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신세계백화점은 물량 공세에 나섰다. 패딩, 코트, 모피 등 겨울 아우터 재고를 작년 행사 때보다 20% 많이 확보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영업 상황은 좋지 못하다.

패딩이 주력인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의 판매 부진이 특히 심각하다. 서울 영등포 지역 백화점의 아웃도어·스포츠 담당자는 “11월 하루평균 매출이 현재까지 목표 대비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경량패딩, 헤비다운 할 것 없이 패딩류는 처참한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패션 상품 비중이 높은 TV 홈쇼핑업계도 타격이 크다. 패딩, 모피 등을 집중 편성해 내보내야 하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져서다. 한 TV 홈쇼핑 관계자는 “작년 11월 중하순엔 하루 서너 시간 편성한 패딩 방송을 올해는 한 시간으로 줄였다”며 “니트, 정장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패딩에 비해 판매 단가가 낮아 매출 감소를 피하긴 어렵다”고 했다. 패션업계, 3분기 이어 4분기도 초비상국내 패션업체들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 패션업체들은 올 3분기에 크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패션기업 삼성물산(패션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든 4330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6.4% 급감해 2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영업이익이 각각 31.4%, 65.4%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3분기에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12월 중순만 지나도 정상가로 겨울옷 사는 사람이 확 줄어든다”며 “재고를 아울렛으로 넘겨 싸게 판매하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고 증가 등으로 대대적인 세일에 나선 곳도 있다. 나이키는 20일부터 이날까지 최대 55% 할인 행사를 했다. 나이키는 올 들어 거의 매달 세일을 기습적으로 했는데, 업계에선 나이키의 재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디다스 또한 다음달 2일까지 기존 할인에 더해 30% 추가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