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노총 간부가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정쟁에 활용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년간 100여차례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아 움직인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3)씨에게 지난 6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2주 정도 뒤인 2022년 11월 15일께 석씨는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으로부터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2014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투쟁과 같은 정세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심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키기 위한 조직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으면 합니다"라는 지령 메일을 받았다.
재판부는 "북한 공작원이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크나큰 고통에 함께 슬퍼하면서 애도의 심정에서 지령을 내렸을 리 만무하다"며 "지령문과 보고문의 내용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인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으로 귀결되고,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장기간 이에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지령문 중에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석씨는 지령에 따라 계파별 선거 전략 등을 취합해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고, 법원은 이 부분 혐의가 사실이라고 보고 간첩죄를 인정했다.
석씨가 수시로 공작 진행 상황을 북한에 보고하고 "남조선 혁명운동에 대한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 "모든 것을 다 바쳐나갈 것" 등을 언급하며 보낸 '충성맹세'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지령문 수신과 보고문 발송뿐 아니라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내 시설·활주로·미사일 포대 등을 촬영한 영상·사진이 포함된 파일 등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사실 등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