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종목 2개 중 1개 이상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업 절반이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국내 증시 전체(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 종목 2685개 가운데 50.87%(1366개)의 PBR이 1배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것이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 1배 이상이면 고평가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상장 주식(2609개) 중 40.94%(1068개)의 PBR이 1배 미만이었으나 1년도 안 돼 이 비중이 9.9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저평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전체 유가증권 상장 주식(929개) 중 PBR 1배 미만 종목은 61.14%(568개)에 달했다. 10개사 중 6개사 꼴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평가 종목 비중은 지난해 말 56.28%(520개)에서 올 들어 4.86%포인트 늘었다. 코스닥 역시 저평가 종목 비중이 작년 말 32.52%에서 올해 45.44%로 급증했다. PBR 1배 미만 주식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강(强)달러 현상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침체한 영향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7월 11일 연고점에서 이날까지 13.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6.89%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빠지고 있다. 올 초부터 연고점(1월2일~7월11일)에 이르는 기간 ‘큰 손’ 외국인들은 26조78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7월12일~11월22일)는 ‘팔자’로 돌아서 19조6720억원의 주식을 처분했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11조6580억원 순매도에서 15조1820억원 순매수로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내년 기업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끼면서 투자자 엑소더스(대탈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트럼프 시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반적인 트레이딩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