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임종룡…거취 표명할까

입력 2024-11-22 13:22
수정 2024-11-22 13:23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이 위기에 빠졌다. 국회 국정감사 때만 해도 임 회장의 사과와 쇄신안 발표 등으로 거취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흐름이 전환됐다. 임 회장이 아직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검찰의 사정권이 확대되면서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정기 이사회를 개최한다. 전날엔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논의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안건을 조율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을 논의하는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가 열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위원회에 포함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출석하는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은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까지 추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이사진은 후보군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이달 말 단독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연임은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조 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되면 우리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도 위배될 수 있다. “우리금융 임원과 최고경영자는 도덕성을 갖추고, 공익과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가 선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 회장의 거취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조 행장은 물론 임 회장의 사무실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선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검찰은 임 회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연장하며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돌입한 이후 지난달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당초 정기검사는 이달 15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은 검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당국은 검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도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조직의 안정 그리고 내부 통제 강화에 집중할 때”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룹 전체 개혁을 위해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여전히 우리금융 자추위원장을 맡고 있다.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최소한의 진행에만 관여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