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이나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아진 것이다. 서울에선 동작구와 성동구, 경기에선 광명과 용인 등지의 대단지에서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입주 물량 증가와 일시적 전세가 하락 속에 잔금 여력이 부족해진 계약자가 저렴한 시세로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관망세가 확산하자 다수의 계약자가 처분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7년까지 입주 잇따르는 광명에 ‘마피’23일 업계에 따르면 광명2구역을 재개발하는 트리우스광명은 입주를 한 달 앞둔 가운데 전용 84㎡ 매물이 저층은 10억2000만원, 고층은 11억원대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전용 84㎡를 10억3060만원~11억8600만원에 공급해 지난 8월에 집주인을 찾았다. 이어 지난달 25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렸다. 광명은 10·14~16구역이 2021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집들이를 했다. 1·2·4·5·9·11·12구역이 철거 중이거나 공사 중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이들 단지의 입주가 이어진다.
앞으로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인근인 광명11구역과 12구역이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입주 예정인 구역별로 가구 수가 1957~4291가구로 다양하다. 내년까지 11·12구역을 제외하고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다. 2027년까지 매매 및 전세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김제경 투미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주 물량은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져 계약자가 부담해야하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최근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물량이 소화되면 입지 여건이 좋아 수요자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광명5구역)는 입주가 3년 남았지만 전용 59㎡가 지난 5일 8억5610만원으로 분양가(9억200만원)보다 낮게 거래됐다. 지난 5월(6억9995만원)보단 높아졌지만 분양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이곳은 내년 1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해제된다.
광명센트럴아이파크(광명4구역)는 같은 면적이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지난 7월 11억3948만원에 손바뀜했다. 전용 84㎡ 분양가가 12억72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다. 전용 59㎡도 최고 분양가가 8억9000만원에 계약이 마무리됐지만 이보다 4000만원 낮은 조합원 매물도 나와 있다. 입주는 내년 11월 예정이다.
광명사거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용 59㎡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젊은 수요층은 잔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전용 84㎡ 수요자는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향이 있어 시세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는 없지만 조합원에게 잔금 마련이 부담”이라며 “처음부터 분양가보다 3000만원가량 낮게 내놓는 조합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매제한 풀렸지만…얼어붙은 서울 분양권 시장서울에서도 분양가보다 저렴한 대단지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입주한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는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3억9393만원에 달했다. 지난 11일 13억3183만원(11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9월 1순위 청약 후 1년 가까이 끌어오다 9월에야 계약을 마무리한 단지다. 고가 분양 등의 이유로 입주 후에도 시세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인근인 성동구 청계SK뷰는 지난달 21일 9억3668만원(22층)에 손바뀜해 분양가(9억6000만원)보다 낮았다. 청계천과 붙어 있고, 2호선 신답역도 가깝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구성역 인근이라 기대를 모은 경기 용인 e편한세상구성역플랫폼시티는 전용 85㎡가 지난 8월 11억원에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최근 매물 호가도 11억~12억원대가 많다. 인근 공인중개 대표는 “가격대가 높았던 데다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며 “GTX-A노선이 뚫렸지만 아직 수서역까지만 연결되다 보니 실수요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