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며 자신의 ‘간판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 예산 편성을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며 관련 예산을 3년 연속 전액 삭감 편성해왔다. 올해도 ‘0원’이 편성됐지만 민주당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2조원으로 증액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이 대표는 21일 경기 수원 영동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돈이 지역에서 한 번 돌고 다른 곳으로 가게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지역화폐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는데 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며 “왜 그런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할인 상품권’이다. 지자체 내 특정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지역화폐를 발행해 애초 기대대로 특정 지역의 소비 진작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2조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발행 예산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은 삭감하면서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자꾸 올린다”며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지역화폐에 쓰면 안 되냐”고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다른 나라는 거의 다 자영업자들을 무상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을 해줬다”며 “국가는 부채가 늘지 않아서 좋다고 자랑했지만 가계부채와 개인 부채가 잔뜩 늘었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의 수원 방문에는 야권의 잠재 대권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동행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김 지사 등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주목받자 ‘원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됐다. 이 대표 측이 현장 동행을 타진했고, 김 지사 측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신 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