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21일 세계경제연구원과 KB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한 ‘지속가능성 글로벌 서밋’에서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성장 잠재력 하락으로 중립금리가 내려갈 수 있지만, 미국은 혁신이 이뤄지며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지는 일이 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조 원장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금리 차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겠지만 과거 외환위기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이유로는 생산성 악화를 꼽았다. 그는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해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최근 10~20년간 한국에 굵직한 개혁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세계와 한국 경제 영향에 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강달러와 회복력 있는 미국 경제 상황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공급망 단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철폐, 관세 부과 등을 위협 요인으로 언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의 대담에서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대규모 감세와 막대한 재정적자, 억만장자와 기업 감세가 있을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며 “빠르게 안정화한 인플레이션을 다시 높아지게 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3명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도록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리스크가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중 무역 대립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제기된 중국 경제 위기 전망과 관련해 니컬러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연구원은 “중국 경제에 관한 비판적 전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공약에 대해선 “60%의 높은 관세를 물리면 중국산 수입이 75% 줄어 관세 수입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조 원장은 “트럼프 정책이 환경론자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세계 에너지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