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술가들이 공연부터 미술까지 창작의 영역에서는 제 몫을 다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작품활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죠. 예술과 산업이 만날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만난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59·사진)는 “예술적 실험들이 단순히 작품으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 국가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예술 창업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예술을 산업의 영역으로 이끄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작·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주기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부터 시각예술까지 한국 예술시장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06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해 이 센터를 이끌고 있다. 1995년 문화체육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30여 년간 예술진흥과 문화산업총괄과 등을 거치며 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행정 경험을 쌓았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관광정책국장 등을 맡아 관광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김 대표는 이날 한국 예술가와 창작단체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제대로 된 시장이 조성되진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해외문화원을 총괄하는 해외문화홍보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세계 각국에서 한국 문화원을 설치해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실감했다”면서도 “일부 장르를 제외하면 작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규모와 민간투자, 관련 정보 공개 측면에서 아직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미약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아트코리아랩을 진행하는 이유다. 19개 기업이 입주했는데 1년 새 투자유치액 130배 증가, 프로젝트 계약·실행 건수 10배 증가 등의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요즘 아트코리아랩에선 성과를 공유하는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김 대표는 “예술가들이 창업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재정적인 안정으로 지속 가능한 예술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입주기업 중 하나인 샤이닝랩은 재즈보컬리스트가 창업한 기업으로 AI를 활용해 누구나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했는데 해외 10개국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상도 내놨다. 그는 “시장이 성장하려면 민간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투자를 유치하려면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며 “공연 매출 등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손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술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전국 공연예술단체를 하나로 묶는 ‘대한민국 미술축제’와 ‘대한민국은 공연중’을 처음 선보였다”며 “잠재력 있는 작품들이 전국에 유통되고 해외로도 나갈 수 있게 마켓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목/사진=이솔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