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셀(저장 공간)을 ‘300단’ 이상으로 쌓은 낸드플래시(사진) 양산을 시작했다. 직전 세대(238단) 제품과 비교해 전력 효율성과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 이상 개선된 게 특징이다. 반도체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고성능·저전력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개발하는 인공지능(AI)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데이터 저장장치) 시장 공략에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1일 “세계 최고층인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차원(4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셀을 300단 이상 쌓은 낸드플래시를 생산한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낸드플래시는 셀 한 개에 몇 개의 비트 단위 정보를 저장하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1개), 멀티레벨셀(MLC·2개), TLC(3개), 쿼드러플레벨셀(QLC·4개) 등으로 나뉜다. 숫자가 커질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321단 TLC’의 의미는 3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셀을 321단으로 쌓아 저장 능력을 극대화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300단 이상으로 셀을 쌓기 위해 기판을 세 차례 나눠 얹은 뒤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3-플러그’ 공법을 활용했다.
SK하이닉스가 제품명에 ‘4D’를 붙인 건 셀을 수직 적층하고 주변부에 셀을 컨트롤하는 ‘페리’를 배치한 경쟁사의 3D 낸드와 달리, 페리를 셀 하부에 넣었다는 의미다. 아파트 지상 주차장을 지하 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신제품은 이전 세대인 238단 낸드플래시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다.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 플랫폼을 321단에도 적용해 공정 변화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59% 높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플래시로 AI용 저전력·고성능 신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방침이다.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부사장)은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SSD, 온디바이스 AI 기기용 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에서도 초고성능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갖춰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AI 메모리 공급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