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8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헝가리와 미국에 새 식품 생산 공장을 짓는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을 타고 북미와 유럽에서 ‘비비고’ 만두, 김치, 간편식 등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자 현지 생산 기지를 추가로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바이오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본업인 식품 사업을 강화해 비비고 브랜드 영토를 북미와 유럽 구석구석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두나바르샤니에 만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11만5000㎡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한다. 향후 비비고 치킨 생산 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유럽에서 현지 업체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공장을 직접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유럽 시장에서 급증하는 만두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유럽 만두 시장은 연간 30% 이상 커지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점유율 48%, 39%로 1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헝가리를 거점으로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과 발칸반도로 판매 시장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19년 인수한 현지 자회사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축구장 80개 규모 부지(57만5000㎡)에 비비고 찐만두, 기업 간 거래(B2B)용 에그롤 생산 라인과 물류센터 등이 들어선다.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푸드 생산 시설이다. 초기 투자 금액은 약 7000억원이다.
CJ제일제당은 사우스다코타 공장을 통해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1위(올해 3분기 기준 42%) 입지를 굳혀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비비고 만두의 올해 1~9월 매출 증가율은 33%를 기록해 미국 만두 시장 전체 성장률(1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CJ제일제당이 미국과 유럽에 잇달아 생산 기지를 세우기로 한 것은 해외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앞세운 식품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2019년 3조1540억원에서 지난해 5조3861억원으로 4년 새 70.8%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식품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39%에서 48%로 높아졌다. 미국은 해외 식품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시장이다. 유럽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넘게 늘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생산 기지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해외에서 가동 중인 생산 공장은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독일을 포함해 6개국 33곳이다. 식품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몸값이 6조원으로 추산되는 바이오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 식품사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