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150% 폭등한 비트코인…트럼프발 '암호화폐 시대' 오나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4-11-21 17:16
수정 2024-11-21 17: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암호화폐 책임자’를 두기로 하고 후보자 선정에 나섰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룻새 3% 넘게 뛰어올라 9만7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과 폭스비즈니스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암호화폐 정책에만 전념하는 새 백악관 직책을 신설하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후보자 심사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브라이언 브룩스 전 최고경영자(CEO)와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 등이 트럼프 당선인과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의 승리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월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획득하게 될 모든 비트코인의 100%를 보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만약 암호화폐가 미래를 정의한다면, 저는 그것이 미국에서 채굴되고, 주조되고, 만들어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해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직접 관리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암호화폐 투자자와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정치자금 조달 창구였다. CNBC는 “선거일 밤 마러라고에서 승리를 축하할 때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CEO(상무장관 내정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보건사회복지장관 내정자)의 공통점은 암호화폐”라고 전했다.

현재 암호화폐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언급한 ‘국가 비트코인 비축(national bitcoin reserve) 시스템’이 실제로 운영될 것인지, 운영된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될 것인지다.

국가 비트코인 비축 시스템은 연방준비제도에 빗대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정부가 보유한다는 아이디어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와이오밍주)은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압류 등으로 확보한 약 20만비트코인에 더해 향후 5년간 추가로 비트코인을 매입해 100만비트코인(비트코인 공급량의 약 5%)을 연방정부가 보유하게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월 비트코인 2024 기조연설에서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보유한 자산을 팔지 않고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을 갖춰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확실하게 밝혔다.

암호화폐 업계의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채굴 비용을 낮춰주겠다고도 공언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전기를 생산해서 여러분이 '제발, 제발, 대통령님, 우리는 더 이상의 전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견딜 수 없습니다' 하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석유와 가스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비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저금리 정책도 기회비용을 낮춰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환바이든 정부 하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자금세탁 수사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어 온 암호화폐 업계는 트럼프의 당선을 크게 반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SEC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9만4000달러대에서 9만7000달러대로 급등했다. 1년 전 3만6000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50% 뛰었다. 국내서도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시께 24시간 전 대비 6.7% 오른 1억3770만원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의 자산 규모는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른 비트코인 ETF 자산도 이날 1~2%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33만1200개·약 42조원어치)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70억달러(약 10조원) 자금을 마련해 비트코인을 더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트럼프미디어그룹(TMTG)이 암호화폐 거래소 바크트(Bakkt)를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암호화폐 정책이 현실화될 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라시 알루시 아일랜드 더블린시립대 교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2조달러 미만”이라며 “대규모 매입은 가격을 끌어올려 시장을 왜곡할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지적했다.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정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대사로 매슈 휘태커 전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NATO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에 맞서 굳건히 설 것이며, 미국을 우선시할 것”고 말했다. 휘태커 내정자는 아이오와주 검사 출신으로 1기 트럼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대행으로 석달간 일했다. 그는 향후 방위비 협상 및 우크라이나 전쟁 후속조치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캐나다 대사에는 피트 훅스트라(Hoekstra) 전 네덜란드 대사가 임명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