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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3분기(8~10월)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호조에도 회사 측의 4분기 가이던스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시간 외에서 하락했다.4분기부터 블랙웰 출하2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에 매출 350억8000만달러(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 주당순이익 0.81달러(103%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193억 달러로 1년 전(92억4000만 달러) 대비 106% 급증했다.
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예상치는 매출 331억6000만달러, 주당순이익 0.75달러였다.
주요 매출원이자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308억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적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112% 증가했다. 게임 및 AI PC 부문은 33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 전문 시각화 사업 부문은 4억8600만 달러(17% 증가), 자동차 및 로봇공학 부문은 4억4900만달러(72% 증가)의 매출을 올렸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주력 AI 칩인 H200 매출은 이번 분기에 크게 증가했다”며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 및 출하는 4분기부터 시작하고, 내년에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몇 분기 동안 블랙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엔비디아 컴퓨팅으로의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며 “(H100과 H200 칩 등) 호퍼에 대한 수요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모든 산업, 기업, 국가를 변화시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멘로 벤처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생성 AI 지출은 138억달러로 예상돼 지난해(23억달러) 대비 여섯 배 급증했다.성장 둔화 뚜렷다만 회사 측이 제시한 4분기 매출 전망치 375억달러(오차범위 2%)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371억달러)을 소폭 웃돌았지만, 시장 예측 최대치가 410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가이던스 하단(367억5000만달러)은 예상치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3%까지 급락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낙폭을 줄여 미국 동부 시간 오후 6시 기준 1.20% 떨어진 144.10달러에 거래됐다.
매출 증가세도 둔화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262%, 122% 증가하는 등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 매출이 두 배 이상씩 증가했던 이전 분기에 비해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엔비디아의 규모가 커지면서 극적인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AMD와 같은 경쟁자들과 수많은 AI 칩 스타트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며 “아마존, 구글 등 일부 대형 고객사도 자체 AI 칩을 개발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언 디트릭 카슨 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엄청난 실적 상승에 익숙해졌다”며 “이제 그런 성과를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이어 “이번 실적 보고서도 여전히 매우 견조했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