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고스캐피털의 빌 황이 미국 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투자를 하다 은행들에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넘는 손실을 입힌 사건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몰락해 UBS에 인수되는 데도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열린 황씨의 사기 혐의 사건 형사재판 선고공판에서 황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지난 7월 배심원들은 황씨에게 사기와 공갈, 시장 조작 등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1년형을 구형했다.
황 씨의 아케고스 캐피털은 2020년 투자은행(IB)들과 총수익스와프(TRS),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고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달러(약 70조원)를 주식에 투자했다. 차입금이 당시 1600억달러(약 224조원)까지 폭증한 가운데 투자한 파라마운트와 디스커버리, 바이두 등의 주가가 하락해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2021년 파산했다. 황 씨 개인도 80억달러를 날렸다.
마진콜이란 선물 중개사가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해 증거금이 부족해진 경우 고객에게 증거금을 채워 넣고, 손실을 메꾸도록 요구하는 일이다.
이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UBS, 모건스탠리, 노무라 증권 등 많은 금융사들이 손실을 봤다. 이 가운데 스위스 투자은행 CS는 아케고스와 거래에서 발생한 5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 여파로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황 씨는 2022년 4월 형사 기소됐다. 360억달러(약 50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몰락시켜, 은행 등에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사기와 시세조작 혐의다. 황 씨는 "레버리지 거래를 하다 투자에 실패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배심원들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은행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거짓말과 속임수로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판단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황 씨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헤지펀드 업계에 뛰어들었다.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도움으로 설립한 '타이거 아시아 매니지먼트'를 월가의 아시아 전문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012년 홍콩 투자와 관련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결국 4400만달러를 내고 합의했다. 그는 2013년부터 패밀리오피스(개인 자산관리 회사) 아케고스를 설립해 운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