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기본...합리적 비용까지 갖춘 ‘다크호스 로펌’[2024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입력 2024-11-26 07:08
수정 2024-11-26 07:10
[커버스토리 : 2024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 다크호스 로펌]


기업이 법률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반드시 대형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건의 경중을 따진 뒤 최적의 비용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사내변호사의 역할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24 베스트 로펌&로이어’ 조사에서 사내변호사 및 법무팀 관계자들에게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로펌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이들이 적어낸 답변을 토대로 득표수를 집계한 후 평가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업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명 ‘다크호스 로펌’을 선정했다. 올해는 인터렉스, 케이엘(KL)파트너스, 세움, 와이케이(YK)가 다크호스 로펌에 선정됐다.

인터렉스는 인사·노동 부문에서 샛별로 떠오르는 로펌이다. 2020년 설립된 이 로펌은 사내변호사가 서로 추천할 뿐만 아니라 대형로펌의 대안을 찾을 때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인사·노동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과 합리적 비용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내부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짐작이 간다. KL파트너스, 한·미 최초 합작법인인터렉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등에서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이재훈 변호사와 삼성전자 사내변호사 출신인 손현채 변호사(변시 1회)가 함께 설립했다. 이재훈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노동 분야 전문가였다.

이런 맨파워를 앞세워 인터렉스는 일찌감치 시장에 안착했다. 설립 5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노사관계 컨설팅, 인력구조조정, 불법파견,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 내부 조사 등 특수분야에서 대형로펌에 뒤지지 않는 많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도 인터렉스는 인사·노동 분야에서 맹활약했다. 유명 기계회사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에 따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국내 한 화학회사가 경영실적 악화로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 자문을 제공해 법률 검토, 퇴직위로금 패키지 설계, 노동조합 협상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다수의 인력구조조정 프로젝트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성과도 올렸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 및 각종 비위행위 등 사내 불상사가 발생한 국내외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내부 조사 및 제도 개선 업무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

KL파트너스는 국제중재·분쟁 부문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로펌이다. KL파트너스의 경우 2023년 말부터 전 세계에 70개가 넘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네트워크를 보유한 베이커맥켄지와 손잡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사의 합작법무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로펌의 합작법무법인은 KL파트너스가 처음이다.

아직 출범 초기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대형로펌들조차 이들과 맞붙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한국에 설립된 한국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법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고 외국법과 관련된 서비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합작법무법인이 미국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현재 KL파트너스는 글로벌 사모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비용을 청구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여러 국제중재 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세움은 대형로펌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인수합병(M&A)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세움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 올 1분기 리그테이블에서 김앤장을 1건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M&A 시장의 신흥 강자 세움9월 말 기준으로는 58건의 거래를 자문했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세움은 2012년 설립됐다. 세종에서 근무하던 정호석 변호사와 태평양에서 근무하던 이병일 변호사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스타트업을 위한 로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로펌이다.

초반엔 어려웠다. 당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한국 창업 생태계는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변호사는 언젠가 한국에서도 반드시 ‘스타트업 붐’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버텼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서서히 ‘창업 붐’이 일어났고 세움은 하루가 멀게 생겨나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다양한 법률 이슈를 자문하며 성장했다.

올해도 M&A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작년부터 ‘투자 혹한기’로 불릴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IT 기업, 대기업, 투자사 등을 대상으로 전략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했다.

투자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아동복 브랜드 ‘로토토베베’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 인공지능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슈퍼브에이아이’의 시리즈 C 투자 자문, 중고 트럭 플랫폼 ‘아이트럭’의 투자 유치 등 다양한 거래를 수행했다.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출발한 로펌답게 올해 파격적인 법률서비스를 론칭해 주목받기도 했다.

초기 스타트업 올인원 서비스인 ‘세움로켓’이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을 위해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30~40% 낮은 가격으로 제공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세움은 현재 30여 명인 변호사 수를 2년 이내에 50명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세움 관계자는 “각 업무 파트별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더욱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선제적인 법률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YK는 로펌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YK는 사법연수원 40기 동기들이 ‘기존 법조계의 틀을 깨자’는 데 뜻을 모아 설립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어떤 사건이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2년 10월에 당시 대표변호사들의 이니셜을 따 법무법인 YK를 설립했다. 약 10년이 흐른 지난해 YK는 매출 803억원을 거두면서 매출 기준 10대 로펌 수준에 올랐다.

변호사 수는 350명으로 대형로펌에 견줘도 될 정도다. YK의 빠른 성장 비결은 지방에 세운 수많은 분사무소에서 나온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32개 분사무소가 다양한 사건들을 따내며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간 주로 형사사건을 다뤘는데 최근에는 수많은 변호사를 영입하며 기업법무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임 규모가 큰 기업법무를 강화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YK는 로펌시장에서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광고에 큰돈을 쓰며 전국에서 사건을 휩쓸어가 YK에 대한 지방변호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다수 대형로펌들도 저가의 수임료를 제시해 사건을 가져가는 YK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