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토큰증권법' 나란히 올렸지만…무관심이 숙제

입력 2024-11-20 17:53
수정 2024-11-21 01:12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토큰증권 발행(STO) 법제화 법안을 여야 의원이 나란히 발의했다. 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관심은 높지 않아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큰증권 발행 법제화 2법’으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5일 민 의원안과 동일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다. 두 의원은 지난 9월 관련 국회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금융투자업계와 블록체인, 조각투자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두 의원은 법안에서 토큰증권을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인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정의했다. 조각투자사는 유·무형 자산을 유동화하고, 증권사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전담한다. 부동산, 미술품 등과 같은 유형자산은 물론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까지 대부분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의 관심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인테로에 따르면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미국의 관련 시장은 연평균 27% 성장해 작년 2조원(약 15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국내 증권사는 STO 시장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했고, 한국거래소는 12월부터 신종증권시장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 STO 장내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도 자체 토큰증권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련 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낮다. 21대 국회에서도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법안을 내놨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며 다른 정무위 의원들에게 속도감 있는 법안 심의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등으로 법안 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했다. 여야 모두 당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거나 중점 추진 법안에 포함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정부안이 야당의 반대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정책위 차원에서 암호화폐 과세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과세는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과세 유예가 이뤄지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해 민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