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상무장관에 USTR 맡겨…"관세전쟁 이끌 무역 차르 등장"

입력 2024-11-20 17:48
수정 2024-11-21 01: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차기 상무장관에 하워드 러트닉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63·사진)을 내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트닉 내정자는) 관세와 무역 의제를 이끌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 책임도 추가적으로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를 ‘무역 차르(무역 총괄)’에 임명하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그동안 통상 분야에서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트럼프 1기 때와 비슷한 진용이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그가 상무장관 자리에 깜짝 발탁되면서 통상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USTR 위상이 축소되고, 상무부가 차기 정부의 세계 관세전쟁을 주도하는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러트닉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등을 지지하며 광범위한 관세 부과가 ‘무역 협상의 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달에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중국에 관세를 매기면 4000억달러(약 560조원)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내정하면서 USTR 관할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무역협정을 담당하는 USTR은 백악관 직속 조직이다. USTR이 상무부 지휘를 받게 된다는 것은 FTA,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등 기존 협정을 뒤흔드는 모든 통상정책을 상무장관 책임하에 둔다는 의미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상무부 권한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서다. 반도체법(칩스법)과 인공지능(AI) 행정명령, 양자컴퓨터와 반도체 등에 관한 수출통제 제도는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다만 USTR이 상무부 관할이 되는 게 아니라 보고만 하게 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러트닉 내정자는 월가 투자은행(IB) 캔터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다. 1983년 이 회사에 입사해 29세 때인 1991년부터 30년 넘게 CEO로 일하고 있다. 주로 미국 국채 거래로 부를 일궜다. 2001년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회사 직원 중 658명이 사망하는 일을 겪은 후 회사를 재건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뉴욕에서 사망한 2753명 중 4분의 1가량이 이 회사 직원이었다. 러트닉 내정자는 이날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러트닉 내정자는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그와 또 다른 재무장관 후보인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를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자 트럼프 당선인은 두 사람을 모두 후보에서 제외하고 다른 인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마크 로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CEO가 현재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거취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WSJ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상무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