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전농 '정치투쟁'에…평일까지 도심 교통 '몸살'

입력 2024-11-20 17:40
수정 2024-11-20 23:57

주말에 이뤄지던 서울 시내 ‘도심 집회’가 평일에도 대규모로 벌어지면서 시민과 직장인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숭례문 시청역 주요 도심에서 차로 절반이 집회 장소로 뒤바뀌며 온종일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고 대중교통도 마비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연합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넘게 서울 세종대로에서 정권 퇴진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사전 집회에 4200명, 오후 3시 본집회에 7000명이 참가하겠다고 신고했다.

이날 오전부터 무대 설치 등 집회 준비를 위해 주최 측이 움직이자 경찰이 도로 통제에 나섰고, 숭례문 일대는 점심시간부터 마비되다시피 했다. 서울경찰청이 현장 통제를 위해 동원한 경찰 인원은 7000명에 달했다. 지난 9일 열린 1차 총궐기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자 인원을 늘렸다. 당시 105명의 경찰 부상자가 발생하고 1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숭례문에서 막힌 도로에서 20여 분간 움직이지 못한 택시기사는 창문을 열고 “예약을 걸어둔 승객을 태우러 가야 한다”며 “도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차도를 자기 멋대로 막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두 시간여 열린 본집회에선 경찰 추산 1만 명이 몰려 도심 일대 마비가 더 심해졌다. 집회 및 행진이 벌어진 장소 반경 2㎞ 내 모든 버스 정류장은 임시 폐쇄됐다. 남대문경찰서에서 임시 정류장을 마련했지만 푯말이 없어 시민들은 정류장인지 알지 못했다. 미국 관광객 줄리아 머릴로(26)는 “임시 정류장이 어디에 설치됐는지 경찰에게 물었지만 ‘자신들도 모른다’고 답했다”며 “임시 정류장 안내를 영어로도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시위대가 오후 5시부터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시작하면서 퇴근길엔 더 극심한 교통정체가 나타났다. 특히 경찰에 신고한 집회 종료 시간인 오후 5시를 훌쩍 넘기고도 집회를 이어갔다. 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며 시민 불편을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경기 화성시로 퇴근한다는 직장인 한성민 씨(37)는 “집회를 할 때마다 서울역 앞 버스가 우회해 정류장에 서지 않는다”며 “퇴근길이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도심 내 대형 집회가 여러 차례 열릴 것으로 예고돼 당분간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