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국의 '안티워크' 경제

입력 2024-11-20 17:46
수정 2024-11-21 00:10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 맥주인 ‘울트라 라이트 비어(Ultra Right Beer)’가 미국 전역에서 대박을 쳤다. 미국 내 부동의 1위 맥주 ‘버드 라이트’가 톡톡히 한몫 거들었다. 당시 버드 라이트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를 인스타그램 모델로 쓰자 트랜스젠더에 거부감이 강한 중장년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이 틈을 ‘완전한 오른쪽 맥주’를 표방한 울트라 라이트 비어가 ‘100% 워크프리(woke-free)’라는 광고 문구로 파고들었다.

워크(woke)는 ‘정치적 올바름’(PC)과 같은 뜻의 단어다. 영어 동사 깨어나다(wake)의 과거분사(woken)를 흑인들이 ‘워크(woke)’라고 발음한 것에서 유래했다. 초기엔 흑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깨어 있자는 취지로 썼다. 하지만 미국 내 PC주의가 도를 넘자 그런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변질했고 최근엔 워크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안티워크 경제’(Anti-woke economy)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안티워크 진영은 좌파가 미국 기업을 장악했다고 보고 우파 색채의 대안 기업을 설립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퍼블릭스퀘어, 유튜브를 넘어서겠다는 럼블, 히스패닉계 백설공주를 내세운 디즈니에 맞서 원작에 충실한 어린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벤트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며 자유와 가족, 애국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아직까지는 미래형이다. 퍼블릭스퀘어는 올 3분기까지 3690만달러(약 513억원)의 손실을 내며 직원 35%를 해고했고, 같은 기간 럼블의 손실도 2520만달러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안티워크 경제의 핵심축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차기 행정부의 일원이 아니라 퍼블릭스퀘어 설립자가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 1789캐피털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대로 안티워크 경제에 올인하려는 트럼프 주니어가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