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로 무장한 '퀀텀 데이터센터' 뜬다

입력 2024-11-20 17:35
수정 2024-11-20 18:17
컴퓨터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양자(퀀텀)컴퓨터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자컴퓨터 분야 선두 주자인 IBM은 양자 데이터센터를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구축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임대 업체인 미국 에퀴닉스는 양자컴퓨터의 해킹을 막을 수 있는 양자암호체계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기로 했다.
○에퀴닉스 PQC 기술 적용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에퀴닉스는 호주 캔버라에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호주 보안업체인 퀀테센스랩스의 기술을 고객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해 양자컴퓨터로도 뚫기 어려운 암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PQC의 핵심이다. 에퀴닉스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의 거점 데이터센터 중 40%를 임대한 업체다. 한국 등 33개국에서 데이터센터 26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에퀴닉스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PQC 기술을 도입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이진법 단위인 비트로 데이터를 표현한다. 각 비트는 0 또는 1 중 하나만 표현한다. 반면 양자컴퓨터의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나타낸다. 00, 01, 10, 11 등 네 가지 상태를 모두 표현하기 위해 비트는 자릿수별로 0과 1이 모두 필요하니 4개 비트를 써야 한다. 양자컴퓨터는 2개 큐비트면 충분하다. 큐비트가 100개라면 2의 100제곱배에 해당하는 비트 연산이 가능해진다. 통상 50큐비트 정도면 슈퍼컴퓨터 수준으로 본다.

IBM은 지난해 1121큐비트 단위까지 진입했다. 현재는 동시 연산이 가능한 큐비트 규모를 늘리는 대신 오류를 최소화하고 개별 큐비트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단계다. IBM은 지난 9월 독일 에닝겐에 유럽 첫 양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127큐비트급 양자처리장치(QPU)를 장착한 양자컴퓨터 2대를 넣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양자 데이터센터엔 같은 달 156큐비트급 QPU를 배치했다. 2022년 이 양자 데이터센터를 처음 구축했을 때보다 연산 속도를 25배 끌어올렸다. ○IBM “2029년이면 오류 잡힌다”다른 빅테크도 양자 데이터센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시스코는 양자컴퓨터와 양자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양자 네트워크를 연동하는 데이터센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 자체 양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오류를 잡아주는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큐에라에 지난달 투자했다. 영국 양자컴퓨터 업체인 옥스퍼드퀀텀컴퓨팅도 올초 영국 레딩, 일본 도쿄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32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배치했다.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가 설립한 QPU 개발사 아이온큐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업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플랫폼에서 QPU를 연동하는 시연을 마쳤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9월엔 미국 공군연구소와 5450만달러(약 760억원) 규모 양자컴퓨터 연구 계약도 맺었다.

양자 데이터센터가 실질적인 효용을 입증하는 데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자컴퓨터가 종종 연산 오류를 일으켜서다.

표창희 IBM코리아 상무는 “슈퍼컴퓨터 수준을 뛰어넘어 ‘양자 우위’에 도달하는 시점을 약 3년 후로 보고 있다”며 “연산 오류를 수정하는 차세대 양자컴퓨터를 2029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