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특정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근거 없이 높게 지급한 것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울산 시내버스 회사인 학성버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학성버스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학성버스지회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학성버스지부가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회사가 학성지부장 A씨에게 정상적인 급여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며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나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지난해 1월 울산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가 맞다"며 공공운수노조 손을 들어줬고, 같은 해 4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회사 측은 "지배·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노조의 자주적인 운영이나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 운영비 원조 행위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며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도 회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급여가 지급돼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봤다. 학성버스의 타임오프 총한도는 2500시간이었는데, A씨가 연장·야간근로수당을 합해 급여를 지급받은 시간은 2808시간에 달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학성버스지부가 배분받은 한도(2084시간)뿐만 아니라 노사가 정한 총 한도를 현저히 초과한다"고 지적했다.
동일 호봉 근로자와의 급여 차이가 크다는 점도 판단 근거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A씨의 월급여 일수는 26일이지만 타 근로자들은 22.56일로 3일 넘게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A씨와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 차이도 49만원, 51만원, 60만원으로 늘어 평균적으로는 연간 640만원 가까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도 연간 370만원을 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봤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근무일수 감소로 일반 근로자의 급여가 준 것을 감안해도 A씨에게 지급된 급여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