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넘게 뛰더니 오늘은 폭락"…'불나방' 개미들 비명

입력 2024-11-20 13:36
수정 2024-11-20 13:53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시장경보 발동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과열되며 우크라이나 재건주, 스페이스X 관련주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모멘텀을 잃은 상황에서 소수 종목에 매수세가 몰려 경보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 다만 기대감만으로 무작정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지정된 투자경고 종목은 19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건)에 비해 10건 늘었고, 2년 전(105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투자주의 종목은 1997건, 투자위험 종목은 9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가 뚜렷한 주도주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테마주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보제도는 주가가 일정 기간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거나 불공정 거래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투자 위험을 알리는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주의 종목→투자경고 종목→투자위험 종목 등 3단계 조치로 나눠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뇌동매매를 막기 위해서다.

시장경보 단계 중에서도 투자주의 종목은 거래가 제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주의 종목 중 주가가 3일간 100% 상승하거나 5일간 60% 오르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다. 신용 거래가 제한되고 위탁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한다. 또 외상으로 매입하는 미수거래가 제한된다. 신용융자를 활용해 매수할 수도 없다.

최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범양건영,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되어 주가가 급등했다. 범양건영은 종합건설업체다. 자회사 범양플로이를 통해 모듈러주택 사업도 영위한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전체 설비의 70~80%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만드는 주택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후 재건 사업에 모듈러 기술을 활용한 건물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전후 복원 사업에 투자자들의 눈이 쏠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달 초 1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전날 3215원까지 3배 넘게 치솟았다. 현재는 20% 이상 하락하며 조정받고 있다.


현대힘스, 에이치브이엠도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뛰어 주가경고 종목에 지정됐다. 현대힘스는 조선기자재업체다.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면서다. 에이치브이엠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첨단 금속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를 적극 지원해 그의 최측근이 됐다.

호재성 정보가 발표되기 전 주가가 급등한 종목도 있다. 자이글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 연속 상한가에 마감했다. 이후 2거래일간 조정을 받는가 싶더니 8일에도 가격제한폭 상단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61.4%에 달하는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11월 6일부터 내년 8월 30일까지다.

정치 테마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동훈 테마주'로 불리는 대상홀딩스우도 최근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다.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여당 대표인 한동훈 테마주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배우 이정재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대상홀딩스우는 이정재가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연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테마주를 사들이는 건 대부분 개인 투자자다. 실체가 있는 테마도 있지만 실체 없이 기대감과 수급만으로 급등하는 종목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은 짧은 기간 내 높은 수익률을 노리기 위해 테마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기대감이 실제로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