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먹는 위풍선·살빼는 전자약…비만 시장 공략 나선 의료기기

입력 2024-11-19 09:26
수정 2024-11-20 10:35



제약업계를 휩쓴 '비만 열풍'이 의료기기 시장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국내서 '위고비' 출시로 다시 한번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의료기기업계서도 전자약과 먹는 고분자 의료기기 등 비침습적 의료기기로 비만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만약 등장에 로봇수술 관심↓"...편리성에 뒤진 의료기기업계

의료기기업계도 기존에 비만치료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의료계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35이상이거나, 30이상이면서 조절되지 않는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 수술로 비만을 치료해왔다.

위를 절제하거나 위의 전체 용량을 줄여 섭취를 줄이거나, 음식물이 소장을 우회하게 만들어 영양분의 흡수 감소를 유도하는 방안 등이 있다.

2000년대 이후 복강경의 발달과 비만 수술에 대한 장기 효과가 입증되면서 시행빈도도 늘어났다. 다만 여러 합병증과, 위절제술의 경우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부담감이 큰 치료 방안이었다.

2015년에는 이를 극복하고자 내시경으로 위에 풍선을 넣어 먹는 음식양을 줄이는 '위 풍선술'도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도 6개월 후에 위 속 풍선을 제거하는 시술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주 1회 주사만으로도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위고비·젭바운드·마운자로가 등장하며 의료기기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1위 복강경 로봇 '다빈치'를 제조하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지난해 "비만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비만 수술 로봇의 성장세가 2분기에 둔화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편리성 높이고 부작용 낮춰 '비만치료' 시장 재공략 이에 업계는 편리성에 방점을 맞춰 비만시장을 재공략하고 있다. 비침습적이고 별도의 시술이 필요 없는 비만치료용 의료기기를 선보여 환자들의 접근성을 크게 늘린다는 목표다. 또한 전신적인 약물치료가 없는만큼 적은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서는 '먹는 위풍선'이 등장했다. 지난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먹는 위 풍선 '에피토미 캡슐'에 대한 승인을 내줬다. 기존에 내시경 시술이 필요했던 위풍선술을 '경구형'으로 대체했다. 캡슐형 알약과 같은 형태로, 매일 2회 물 두잔과 함께 섭취한다.

외부 캡슐은 위에 도달하면 위장의 Ph 수치에 반응해 녹는다. 이후 하이드로겔 입자로 만들어진 위 풍선은 위 내부의 수분을 흡수해 부풀어 오른다. 약 몇 시간동안 위에서 머무르며 부피를 차지하면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 체중감량을 돕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소화된다.

이달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피토미 캡슐의 복용한 환자들의 24주째 약 6.6% 체중 감소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등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경우, 68주 동안 평균 체중의 약15% 가량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기술을 만든 이스라엘 기업 에피토미메디컬은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업체는 "에피토미 캡슐의 작용 매커니즘은 순전히 기계적이며 어떤 화학적 활동도 포함하지 않는다"며 "무약물 비만치료라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치료 효과는 높지만 탈모나 췌장염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반해 먹는 위풍선은 소화기관에서 녹아 없어져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FDA는 BMI가 25~40 이내인 경우 에피토미 캡슐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BMI가 30이상에 처방이 권고되는 주사형 비만치료제보다 처방 범위가 넓다.
전자 자극으로 체중감소 효과 입증...'살빼는 전자약' 나올까

국내 전자약 1호기업 리메드도 최근 자사의 경두개자기자극기가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한 체중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전자약은 인체 특정 부위를 전류, 자기장 등으로 직접 자극해 질병의 원인이나 증상 등을 낫게 하는 의료기기다.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약물이 들지 않거나 섭취하기 어려운 환자들의 질병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메드는 자사의 경두개자기자극기기(TMS) 'ALTMS'를 사용한 탐색임상 결과를 밝혔다. 2주간 8번 좌측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LPFC)을 5초 50번 자극(자극 사이에 55초 간격)을 20분간 진행했다. 그 결과, 치료 종료 후 2주 뒤 평균적으로 2.75kg(±2.3kg)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식욕감소 효과 적응증 획득을 목표로 확증임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리메드는 2019년에도 국책과제를 통해 비만치료 전자약의 가능성을 알렸다.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TMS 치료를 통해 허리둘레, 체지방, 내장지방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19일 09시2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