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허용' 이틀 만에…푸틴, 核 폭주

입력 2024-11-19 20:04
수정 2024-11-2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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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바꿨다. 서방 핵보유국(미국·영국·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조치다.

19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 개정된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됐다.

이번 개정으로 러시아는 핵무기 보유국의 지원이 수반된 재래식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의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공격 국가가 핵무기 비보유국이라고 하더라도 핵무기 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이 있는 때는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된 교리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연합체의 회원국으로부터 발생할 경우 모스크바는 이를 해당 연합체 전체의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러시아 주권에 중대한 위협이 생기는 때 △연합 국가 일원인 벨라루스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때 △군용기, 순항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공격이 발생하는 때 △공격자가 러시아 국경을 넘는 때 등에 핵무기 대응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다만 핵무기가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美 등 핵보유국 지원받으면 공격"…우크라 돕는 서방에도 강력 경고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독트린’(핵 교리)을 개정해 핵무기 운용 가능 범위를 확장한 것은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러시아는 19일 개정 교리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 위협 및 위험의 출현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을 개정 교리에 담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청을 결국 받아들이자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 사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내용으로 핵 교리를 개정하면서 맞대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내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던 스톰섀도(SCALP)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같은 조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인공지능(AI) 유도 드론 4000대를 공급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전날 바이에른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국산 드론이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전달될 것이며, 전선에서 후방으로 30~40㎞ 떨어진 곳에 배치돼 전투 기지와 물류 거점 등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