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리기사도 '비빌 언덕'…공제회·표준계약서 만든다

입력 2024-11-19 18:08
수정 2024-11-20 01:36
정부·여당이 특수고용·플랫폼·비정규직 근로자가 공제회를 설립할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한다. 이들이 산업재해, 실업 등을 겪을 때 경제적 도움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고·플랫폼 근로자가 사업자에게 불공정거래를 강요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업종별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


19일 노동계와 정부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국민보고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에 관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발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윤 대통령이 이달 11일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화두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한 뒤 나오는 첫 관련 대책이다. 당정이 노동법 사각지대로 내몰린 수백만 명의 노동약자를 대상으로 지원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다.

당정은 현행 노동법으로 보호가 어려운 프리랜서와 특고, 사업장 특성상 근로조건이 부실한 소규모 기업 근로자 등을 법안 지원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노동약자지원재단, 노동약자가 산업재해나 실업 등을 겪을 때 경제적 도움을 받을 공제회를 설립할 법적 근거도 넣는다. 정부 인가를 받아 설립된 공제회는 대출 등 약자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국가는 공제회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특고·프리랜서가 노무 제공과 관련해 겪는 분쟁의 해결을 도울 분쟁조정위원회를 지방노동위원회에 설치한다는 조항도 담는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고·프리랜서는 구제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노동위에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는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

업종별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 특고·프리랜서에게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거래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서면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는다. ‘경력 인증·관리’ 제도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국가가 경력 정보를 등록하고 발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프리랜서 등도 전문성을 도모하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당정은 이번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노동계는 노동약자지원법에 반대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고·프리랜서 등을 아예 ‘근로자’로 포섭해 보호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당정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와 별개로 현행 노동법 제도의 취약함을 보완하는 노동약자지원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노동약자지원법은 국가와 사회를 노동약자에 대한 책임과 보호의 주체로 삼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의 대항 법안이 아니라 보완 법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