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신촌·미아점 바잉파워 올린다…현대백화점의 '파격 실험'

입력 2024-11-19 14:38
수정 2024-11-19 18:30

현대백화점이 매출 하위권 3개 점포의 상품기획(MD) 조직을 통합했다. 소비 침체로 매출이 역신장하고 있는 중소형 점포의 MD 기능을 한데 모아 ‘바잉파워’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핵심 조직인 상품본부 내 패션·해외럭셔리·라이프스타일·식품사업부 등 4곳에 각각 4~9명 규모의 MD운영팀을 신설했다. MD운영팀은 현대백화점 천호점과 신촌점, 미아점 등 3개 점포에 대한 브랜드·팝업스토어·할인행사 등 콘텐츠 기획을 맡는다.

이번 개편으로 천호·신촌·미아점에서 점포별로 해오던 MD업무가 본사 상품본부로 이관된다. 자연스럽게 3개 점포의 담당 인력도 상품본부로 옮겨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3개 점포 인력의 30%가 본사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전체 인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천호·신촌·미아점은 서울에 있는 8개 현대백화점 중 매출 하위 3개 점포들이다. 연 매출 규모는 2000억~3000억원대다. 지난해 매출과 올 상반기 매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매출이 점점 줄어들면서 신규 브랜드나 팝업스토어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들 3개 점포의 통합 MD 조직을 본사 차원에서 운영함으로써 점포의 브랜드 협상력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천호점에서만 운영되던 할인행사를 천호·신촌·미아점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행사로 확대하면 취급 물량이 늘어나 할인율을 키울 수 있다. 새 브랜드나 팝업스토어를 유치할 때도 한꺼번에 3개 점포에 동시에 입점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협상력을 높이는 게 가능해진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3개 점포의 매출을 ‘플러스 성장’으로 돌려놓는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로 다른 유통사들은 희망퇴직을 받고 비효율 점포를 폐점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라며 “이번 조직개편 실험이 불황 극복을 위한 유통업계의 새로운 활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에는 백화점 오프라인 공간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품본부의 미래사업부 내 MD전략팀을 공간개편팀과 공간기획팀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고객 체험 시설과 휴게시설 등 각 점포별 공간 구성 전략을 상품본부에서 총괄한다는 의미다. 공간개편팀은 기존 점포를, 공간기획팀은 신규점포를 담당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