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각종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협회는 같은 업종에 종사하거나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한 일종의 이익집단이다. 주로 해당 산업의 발전이나 규제를 위해 정부와 협업하거나, 해당 업종 종사자와 다른 이익집단의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사적 영역의 집단이지만 수행하는 업무는 공적 영역을 넘나든다. 주요 협회들의 이름 앞에 ‘한국’, ‘대한’ 등이 붙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각종 협회의 활동에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K산업’ 수출 이끄는 협회
최근 좋은 수출 실적을 거둔 한국의 대표 상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관련 협회들이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72년 설립돼 올해 52주년을 맞은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원전기업의 역량을 강화, 원전기업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원자력산업협회는 세계 각국의 원자력 유관기관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는 원자력의 역할과 비전을 공유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에너지서밋(NES·Nuclear Energy Summit) 2024 등 고위급 회의에 참여했다. 협회는 이를 통해 세계 주요 원자력 협회와 함께 공동성명을 체결하고, 각국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동아시아 원자력 포럼에도 참가해 아시아 지역 내 원전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도모했다.
1969년 한국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10개 기업과 단체가 조직한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현재 198개사가 가입한 국내 최대 협회 중 하나다. 식품산업협회는 수출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업계 의견 반영 및 수출 유망지역 박람회 한국관 참관을 통해 K푸드 신규 수출 판로 개척 등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IAL Paris 2024’에 K푸드 선도 기업관을 꾸려 참가했다. 예년과 달리 부스를 대형화·고급화하고, 기업별 정체성을 강조한 독립 부스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적극적인 참여로 국내 주요 식품사들이 ‘SIAL 혁신상’ 셀렉션에 대거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 실적은 9조8851억원, 수출국은 200개국 이상에 달했다. 올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세계보건기구(WHO) 우수 규제기관 목록(WLA)에 등재되면서 규제 시스템·품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 박람회(CPHI 2024)에서는 코리아 나잇을 개최했다. 또 강소기업혁신위원회와 함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경험을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우수조달물품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모인 비영리 사단법인 정부조달기술진흥협회는 기업 간 기술교류를 통해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우수조달물품 지정 제도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는 648개 회사가 1102개 부스를 꾸려 다양한 해외 기업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문성 활용해 상생에도 열심
협회들은 전문성을 살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무에도 열심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세무·회계 전문성을 활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세무사회 내에 중소기업위원회를 설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매년 중소기업 조세지원 책자를 발간하는 등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조세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책 협력에 나서고 있다. 세무사회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2024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받았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는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의 실현’을 목표로 ‘1사 1교’ 청소년 금융교육, 노인(고령자)과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해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퇴직한 금융 전문가들이 금융지식이 적어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에 취약한 청소년과 고령자의 금융 이해도 향상을 돕고 있다. ‘금융해설자’ 자격제도와 ‘금융강사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900여명의 전문 금융강사를 양성해 초고령화 사회의 일자리 모델인 ‘신중년 재취업’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건설 경기가 어려운 와중에 건설산업 생산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전문건설협회는 전문건설업 보호와 사업환경 조성을 위해 시공 중심의 입찰 제도 개선, 적정 공사비 확보,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도급 부당특약 무효화를 통해 원청, 하도급 업체 간 상생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등도 해당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