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이원체계가 원전 수출 걸림돌"

입력 2024-11-18 17:50
수정 2024-11-19 01:23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원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분산된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전의 원전 사업과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등 관련 사업 및 자회사를 통합해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원전산업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재정립 방안’ 보고서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수원 거버넌스 재정립 방안이 정립돼야 한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한전과 한전 자회사로 흩어져 있는 국내 원전 사업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전 내부에는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수출사업부가 있고, 이와 별도로 한수원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등 한전 자회사들이 원전 관련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원전 수출 사업은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원전의 설계 변경 등 고도의 기술 변경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그 밖의 국가는 한전이 담당하는 등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고서는 “부족한 수출기술 전문인력이 나눠지면서 수출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이번에 체코에 수출한 유럽 최적화 노형 원전을 개발할 당시 한전은 기존 한국형 원전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개발을 반대했다”며 “100% 출자 관계라고 하더라도 조직이 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도권 경쟁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보고서가 원전 산업 관계자 36명을 대상으로 원전 수출의 문제점을 설문 조사(복수응답 가능)한 결과 ‘한전과 한수원의 수출체계 이원화’라고 답변한 응답자가 30명(8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책 지속성 부족(58%), ‘코리아 원팀’ 내 소통 부족(33%), 공기업 주도 한계(33%) 순으로 집계됐다. 원전산업 체계 개편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도 ‘필요하다’(75%), ‘매우 필요하다’(11%)고 답변한 응답자가 총 86%에 달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원전 사업 기능을 한수원으로 통폐합한 뒤 ‘원자력발전공사’(가칭)와 같은 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1안’으로 제안했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한수원을 원전사업 총괄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로 만들어 원전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다. 지주사는 한전과 한수원의 해외사업을 이관받아 해외사업과 건설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한전의 한전기술 및 한전원자력연료 지분은 공사에 이관한다. 원전 운영 기능은 자회사를 신설해 맡긴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원전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면서도 “대규모 개편을 위해선 정부의 추진력이 필요하며 원자력산업 지원 특별법 등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법 제정이 어려울 경우 원전 사업 총괄 지주회사를 공사로 만들지 않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공사가 아닌 경우 상법상 회사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엔 법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정부의 추진 의지만 있으면 한전 이사회 결의로 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양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론 한전이 플랜트 단위 신규 원전 수출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