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보안 감점 제도의 유탄을 맞을 처지다. 당초 7월까지 초기함 사업자를 정하겠다는 방위사업청이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사업자 선정 시기를 미룬 상황에서 경찰은 방위산업 수사 인력 부족 등 각종 이유로 수사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8조원 규모의 차기 이지스함 건조 사업이 보안 감점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18일 방사청에 따르면 당초 KDDX 차기 구축함 상세 설계 및 초도함 제작사 입찰 결과 발표는 지난 7월로 예정됐다. 이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다툼이 격화하자 방사청은 ‘관련 수사 발표 이후’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해군은 2009년 이 사업을 처음 계획했다. 방사청은 2012년 현 해군 기동부대의 주 전력인 KDX-Ⅲ보다 기동성을 키우고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KDDX 사업 구체안을 공개했다. 총 7조8000억원을 들여 위상배열 레이더, 차기초음속대함미사일,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 등 국산 무기를 실은 함정 6척을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개념설계 사업자로, 2020년 HD현대중공업을 기본설계 업체로 정했다. 작년 기본설계가 종료돼 실제 양산 단계 사업자를 정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었으나 두 업체 간 소송으로 장기 표류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두 기업의 다툼은 현재 울산시(HD현대중공업), 경남 거제시(한화오션) 간 ‘지역 다툼’으로 번졌다. 독을 보유한 지역 경제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두 기업은 상징성과 수출 효과를 위해서라도 사업에 올인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군함은 실전 배치 후 수십 년간 창정비 등 후속군수지원사업(MRO)이 사업비 규모로 추가 발주된다.
군과 업계는 올해 초도함 사업자가 선정되지 못하면 KDDX 전력화 시점인 2030년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건조 비용 증가와 해군 전력 공백 등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