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도와주던 유럽…'러와 평화협상' 기류 확산

입력 2024-11-18 18:26
수정 2024-11-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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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0일을 맞으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해온 유럽 주요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평화 협상 주장이 유럽 주요국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내주더라도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하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일을 막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늘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모두 회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취임 이후 지원 축소나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군이 러시아 측에 참전하며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는 관측도 유럽 내 종전 논의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15일 약 2년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7일 “적절한 시기가 되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논의를 최소 10년 연기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내부 피로도 커지고 있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2%가 종전을 위해 일부 영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14%에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이 치열해지더라도 영토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15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오랫동안 원한 것은 러시아의 고립을 약화하는 일”이라며 “협상은 단순히 말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최근 러시아의 공습은 유럽 내 평화 협상 기류에 자신감을 얻은 러시아의 반응일 수 있다”며 “회유가 아니라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