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차세대 칩 경쟁력 높일 것"…삼성, 기흥 R&D에 20兆 투자

입력 2024-11-18 17:48
수정 2024-11-19 01:16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 건설 중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New Research&Development-K)’에 2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NRD-K는 기술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 담당하는 최첨단 반도체 연구시설로, 삼성 반도체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가 연구와 제품 개발을 일원화한 것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높이려면 개발 파트와 생산 파트가 보다 밀도 있게 협업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18일 “삼성전자의 50년 반도체 역사가 시작된 기흥캠퍼스에서 새로운 100년 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흥캠퍼스에서 NRD-K 설비 반입식을 열었다. NRD-K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건설 중인 10만9000㎡ 규모의 최첨단 복합 R&D 단지다.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입한다. 본격 가동은 내년 중반부터다.

NRD-K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전 부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NRD-K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근원적 연구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해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반도체가 재도약하려면 결국 ‘기술 초격차 확보’밖에 없다고 판단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기흥캠퍼스는 삼성 반도체의 역사가 담긴 장소다. 1983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당시 최첨단 반도체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도쿄 선언’ 이후 이를 실행한 곳도,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바이트(MB) D램을 개발한 장소도 모두 이곳이었다. 1993년 삼성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원동력 역시 기흥캠퍼스로 대표되는 R&D 능력이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실인 이곳에서 다시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고, 기술력과 조직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0월 기흥캠퍼스 건설 현장을 찾아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NRD-K는 근원적 기술 연구부터 제품 개발까지 한 곳에서 다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활용될 고해상도 극자외선(EUV) 노광 설비, 신물질 증착 설비 등 최첨단 생산 설비를 도입한다. 웨이퍼 두 장을 이어 붙여 혁신적 구조를 구현하는 웨이퍼 본딩 인프라도 들어선다.

한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R&D 생태계의 중심지 역할도 한다. 기흥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내외 소부장 회사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