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을 향해 '미국 상장'이라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카드를 제시했다. 기업의 적을 미국으로 옮겨 그 과실을 주주들과 나누는 게 제값을 받는 최적의 방법이란 것이다.
18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본래 미국 회사인 기업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미국 상장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이해상충 우려 해소 △주주환원 정상화 및 자본구조 효율화 △밸류업과 연동된 경영진 보상 정책 도입 등 총 4가지 밸류업 방안을 제시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자로서 기업의 밸류업 방안을 직접 만들어 공개 제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두산밥캣의 최근 수년간 사업 성과는 업계 상위권에 속하지만, 동종기업들과는 달리 자본시장에서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두산밥캣은 한국에 상장돼 미국의 주요 지수나 투자은행의 리서치 커버리지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고,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보유 비중도 낮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의 북미 매출 비중은 74%로, 미국 상장된 동종기업인 캐터필러나 디어의 건설기계 부문 북미 매출비중보다도 높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의 미국 상장을 통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ETF 등 패시브 자금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두산밥캣의 2015년 pre-IPO 및 2016년 IPO 추진 시 미국 상장이 심도있게 검토된 바 있고, 미국 상장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좋은 밸류업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이 논란이었던 만큼, 지배주주와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외이사 후보·평가 과정에서 주주참여를 늘리고, 주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 평가 자문단을 설치하는 게 대안이라고도 밝혔다.
또 동종기업들은 작년 기준 평균 당기순이익의 65% 주주에게 돌려준 반면 두산밥캣은 1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하기 위해 쓰기로 한 1조5000억원을 주주환원에 전액 사용해도 재무 건전성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얼라인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기업구조개편을 중단하라는 위법행위 유지청구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위법행위 유지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소 제기 청구를 거쳐 이사 개개인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에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혹시 (우리 측)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한편 "이번 두산밥캣의 경우 주주서한을 공개하고 공개 캠페인을 전개 중이지만, 애초 기업과의 소통 채널이 있으면 이런 행보를 택하지도 않는다"며 "현재 십수 곳에 투자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과거 대비 서신에 섬세하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현재 비공개로 투자한 기업들의 밸류업을 위한 활동을 여럿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