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우그룹이라니"…루머에 두번 우는 롯데그룹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11-18 14:43
수정 2024-11-19 08:15
이 기사는 11월 18일 14: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받은글] 롯데 제2의 대우그룹으로 공중분해 위기."

지난 16~17일 주말. 휴일에 이 같은 이 같은 속칭 '찌라시'가 확산됐다. 롯데그룹이 많은 차입금 탓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롯데그룹에 빚이 많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소문은 일파만파 번지면서 18일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큰 폭 떨어졌다. 부랴부랴 롯데그룹이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를 내놓기까지 했다. 롯데그룹은 2022년에도 롯데건설·롯데캐피탈의 위기설 루머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쇼핑은 18일 오후 12시 30분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롯데그룹이 지목한 루머는 지난 주말에 퍼진 찌라시 내용이다. 여기에는 "롯데홀딩스, 지주 및 롯데케미칼, 호텔롯데의 차입금이 29조9000억원으로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 촉발했다"며 "그룹 소유 부동산 매각해도 빚 정리 쉽지 않고 유통계열사 중심으로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을 예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이 같은 소문에 주가가 큰 폭 떨어졌다. 해명 공시를 냈지만 주가 하락세는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7.49% 떨어진 6만7900원에 거래됐다. 롯데지주는 6.14% 떨어진 2만650원, 롯데쇼핑은 5.96% 내린 5만8400원에 거래 중이다.

롯데그룹은 2022년에도 비슷한 루머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2022년 10월 퍼진 찌라시에는 "롯데캐피탈이 15%에도 기업 어음이 소화가 안 된다...지금 시장은 완전히 냉각 상태...A건설, B건설 부도 이야기가 나온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맞물린 찌라시였다. 2022년 10월 강원도는 최근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자금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롯데그룹의 위기 루머는 최근 불어난 차입금과 맞물린다. 금융감독원에 올해 9월 말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 35조201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조8923억원 불었다. 세 계열사는 각각 그룹 식품과 유통, 화학 사업을 대표하는 회사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간판 계열사 차입금은 2020년 말 25조194억원에서 큰 폭 불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창업회장 때부터 '무차입 경영'을 이어갔다. 새 나가는 돈이 없도록 보수적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롯데그룹은 무더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2995억원), 중고나라(300억원) 등 크고 작은 기업 7곳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들은 롯데그룹에 편입된 뒤부터 실적이 추락했다. 여기에 그룹의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이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차입금이 30조원을 넘었다.

주요 계열사도 줄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AA), 롯데지주(AA-), 롯데물산(AA-), 롯데렌탈(AA-), 롯데캐피탈(AA-)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그룹 '유동설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7조~8조원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부채비율이 아직 75.4%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 9월 말 장단기 금융자산만 4조2178억원에 이른다. 보유한 부동산을 비롯해 유형자산도 상당하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 서초동 롯데칠성음료 부지도 부각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555m 높이 123층 건물이다. 롯데칠성음료 부지는 4만2312㎡로 1976년에 롯데칠성 공장이 들어섰지만, 2000년에 공장이 이전한 뒤부터 롯데칠성 물류창고와 영업소로 쓰이고 있다. 두 부동산의 시장가치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차입금이 적잖아서 여러 이야기가 돈다"면서도 "롯데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만 일부 처분해도 문제가 없고, 유통·건설업도 뚜렷하게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